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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화공세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비핵화 등 대북전략 고수해야
최근 들어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압박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실태를 국제적으로 알리려는 북한 인권단체들의 활동과 더불어 지난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공표한 보고서가 큰 파장을 일으킨 덕분이다. 이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반(反)인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가 김정은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한 미국에서는 하원 외교위원장이 북한 인권 청문회에서 북한 정권의 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제재법안을 5월에 본격적으로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미국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이 미 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대북(對北) 제재의 실효성이나 파급효과 측면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지금껏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2012년 1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 직후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안들에 대해서는 중국마저도 적극적인 이행을 공언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국제사회의 요구를 무시한 채 26일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마저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결국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 인권 유린과 핵 개발은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고 국제적 대북 압박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정권은 이 와중에도 어느 정도의 기간에는 생존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강압적인 내부 통제가 아직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일부 국가들의 비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군사력으로 전쟁을 들먹이며 우리와 국제사회를 협박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대북 정책과 통일(統一) 준비를 위한 노력이 근본적인 딜레마를 맞게 되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앞장서 국제적 압박을 위한 공조를 파괴해서도 안되고 국제적 압박에만 매달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제약이다. 그러나 여기에 시간이라는 변수를 넣어 생각해보면 이러한 딜레마 극복의 길이 보인다. 즉, 대북 정책이나 통일 준비를 너무 단기적 관점에서 추진하지 말고 시간을 갖고 진화해 가는 과정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 정권에 대한 국제적 압박 구조가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 구조를 제공한다. 북한은 국제적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협상에서 우리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원칙을 갖고 북한과 협상에 임한다면 시간은 우리 편이다.
둘째, 북한 사회의 변화가 북한 정권의 변화와 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궁핍한 생활이 이들을 장마당으로 내쫓고 시장의 역할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 북한 정권의 주민에 대한 통제력도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북한 정권의 변화와 붕괴의 씨앗이 되고 통일을 위한 북한 사회의 역량을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다.
독일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독일 통일이 이뤄졌듯이 우리의 휴전선도 붕괴되고 한반도 통일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처한 국제적 압박 구조를 잘 활용하고 북한 내부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대북 정책이 그러한 통일의 날을 앞당길 수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대학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3. 28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3280107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