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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상 처음으로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이주열 총재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저성장 기조를 반영해 성장과 물가를 균형 있게 보겠으며 지난해 금리 조정 과정에서 시장과 소통이 미흡했던 점을 고려해 선제적 지침도 운영하는 등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바람직한 문제 인식이다.
잠재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고 물가상승률도 1%까지 하락해 장기 저성장 염려가 커지고 있어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까지 수립해 잠재성장률 제고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다행히 6년간 침체했던 부동산 경기를 비롯해 경기가 최근 들어 미약하나마 소폭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으나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고 통상임금 확대 등 투자를 제약하고 있는 요인도 한둘이 아니다. 대외적으로도 미국과 유럽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나 성장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 수출에서 70%를 차지하고 있는 신흥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본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면서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중국도 수출 둔화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등 수출 여건이 만만치 않다.
이런 여건 속에서 부임하는 신임 한은 총재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지난 4년간은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011년까지는 분기 평균 성장률 4.5%, 물가상승률 3.6%, 연평균 경상수지 277억달러로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금리도 2.7%, 원ㆍ달러 환율도 1131원으로 대체로 적정 수준을 유지했다. 2009년 저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던 2010년 2분기를 제외하면 성장률도 4.0%로 적정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성장률은 2.4%로 잠재성장률을 밑돌아 GDP갭률이 마이너스로 하락하고, 물가상승률도 1.7%로 한은 목표 2.5~3.5%를 크게 하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2.8%로 오르고 원ㆍ달러 환율도 1106원으로 하락해 금리ㆍ환율정책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엔화는 아베노믹스로 초약세로 전환돼 원ㆍ엔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나. 근본적으로 통화정책 토대가 되는 경제 전망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말에 전망한 2012년 성장률은 3.7%, 물가승률은 3.3%였으나 실적은 성장률 2.0%, 물가상승률 3.0%였다. 2012년 말에 전망한 물가상승률은 2.5%였으나 실제로는 1.3%로 두 배 가까이 낮았다. 통화정책에는 파급 시차가 존재하므로 6개월 내지 1년 앞의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오류가 너무 커서 통화ㆍ환율정책이 실기하고 적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당면 과제는 첫째, 경제동향 분석과 전망의 정도를 높여야 한다. 국내외에 너무도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해 정확한 전망은 힘들겠지만 구조모형 시계열모형 서베이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최대한 정도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둘째, 정도가 높아진 GDP갭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물론 자산가격 동향까지 고려한 적정 금리와 환율 수준을 도출해 1995~97년, 2005~08년 같은 과도한 고금리 저환율로 위기를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셋째, 향후 3~4년은 선진국 출구전략이 잇따를 전망이다.
행여 신흥시장국 불안이 전염되지 않도록 충분한 외화 유동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넷째,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고 기업 부실도 증가해 금융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금융 안정을 위한 건전성 강화 등 사전 대비도 절실하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4. 3. 19 기고
<원문>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430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