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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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폐업, 환자들의 아우성, 전공의 파업 참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단휴진 사태를 보면서 14년 전 의약분업 때문에 발생한 의료대란이 그대로 데자뷔되고 있다. 당장 시급한 집단휴진에 따른 의료 공백도 문제지만 14년 전 의사들의 집단행동 이후 있었던 대폭적인 건강보험 수가 인상 그리고 이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파탄 그리고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상과 국민부담 증가까지 연결되는 파노라마가 더 걱정되는 것은 단순한 기우일까.
의사협회가 주도하고 있는 이번 집단행동은 전반적으로 의협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 이뤄진 '의협 집단휴진'에 대한 인터넷 포털 다음의 네티즌 투표에서 누리꾼의 87%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게다가 치과의사.한의사.간호협회와 약사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등 5개 보건의료 관련 단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야당인 민주당도 이번 의협의 주장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비교적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조차도 의사협회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14년 전과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의협이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무엇보다도 투쟁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원격진료 반대 이외에도 영리 의료법인 반대와 저수가 건강보험제도 개혁을 들고 나와 전통적으로(?) 의협과는 각을 세워 왔던 진보진영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됐던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와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허용은 의료기술의 발전과 보건의료시장의 현실에서 볼 때 전혀 무리한 정책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두 사안 모두 14년 전 의료대란을 일으킨 의약분업과 같이 의사 직역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이 극단적인 대치 상황까지 온 것은 1차적으로 의협의 필요 이상의 과도한 집단행동 선동에 있지만 정부의 과민한 대응이 사태 악화를 부채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제 와서 지나간 일의 시시비비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정책은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되지만 정치를 무시하고 정책을 펼 수는 없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는 과정이 새삼스럽게 높이 보이는 이유는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현실적인 반대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서 옆에서 보는 사람이 답답할 정도로 설득하고 또 설득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경제를 위한 규제개혁 등 정부의 조바심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격의료와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허용 추진을 일단 연기해서라도 대치 국면을 끝내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지금 상황이라면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본 법안을 의결하더라도 최근 현안이 되고 있는 기초연금법안과 같이 국회에서 야당에 발목이 잡힐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협과 밀실협상으로 끝내려 해서는 안 된다. 14년 전과 같이 작은 것을 얻기 위해서 더 큰 국민부담을 만드는 타협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정책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의협이 아니라 국민을 차분하게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의협이 주장하는 대로 건강보험을 포함한 의료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한 개혁에 착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의료시스템이 정말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이대로 지속 가능한지 그리고 누가 얼마나 어떻게 이익을 보고 있는지를 파헤쳐 미래지향적이고 궁극적으로 국민에 이익이 되는 의료시스템으로 바꾸어서 공급자 위주의 관치의료 오명을 벗어던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파이낸셜뉴스 2014. 3. 13 fn논단
<원문>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403140100140120007413&cDateYear=2014&cDateMonth=03&cDateDay=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