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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교육의 기초 세워야 - 김진현
	2003-09-24
과학교육의 기초 세워야 국력, GDP 단순비교 안돼 … 과학館부터 선진국 수준으로 스위스의 1인당 국민소득(GDP)은 약 4만달러다. 우리보다 4배가 많은 셈이다. 인구가 600만이니까 GDP 통계로는 2400억달러이고 우리는 4500억달러니까 우리 ‘국력’이 더 큰 것일까. 우리는 너무 오래 경제 제일주의에 매몰되어 국력을 GDP 숫자로 착각하는 함정에 빠져 있다. 북한과 비교에서도 그렇다. 첫째, 1인당 GDP 4배인 스위스는 시민과 마을의 복지, 안전, 편리, 환경의 질, 공동체 의사결정과정까지 고려하면 4배 더 잘사는 것이 아니라 10배 20배 더 잘산다. 둘째, 국가의 안보·평화에 있어서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적의 지상침략은 물론 심지어 핵위협으로부터도 100% 방위하기 위해 600만 전 국민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피난처, 방공호, 게릴라용 토치카를 15만개나 가지고 있다. 이 많은 피난처, 방공호는 모두 식량은 물론 학교, 어린이놀이방에다 수술할 수 있는 병원까지 최소 2개월을 견딜 수 있는 장비와 비품이 갖추어져 있고, 지금도 매월 2번씩 점검 대체하고 있다. 이런 국력, 이런 국가의 기초시설(이것은 매년 GDP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위에 1인당 소득 4만달러, GDP 2400억달러로 계산되는 나라와 태풍 ‘매미’ 앞에 국토의 3분의 1이 맥없이 무릎꿇는 시설과 작동되지 않는 중앙재해대책본부를 갖는 국력을 GDP로 비교하는 것은 절대적인 비교의 오류다. 국격(國格)이 다르다. 우리는 흔히 세계 비교에서 GDP 12위, 무역 10위, 조선과 메모리 반도체와 인터넷 접속률 1위라는 외형적 숫자에 도취해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생산과 서비스의 기초이고 안보와 복지와 환경안전의 핵심이 되는 과학, 그중에서도 과학교육의 기초에 이르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참상을 발견한다. 우리나라 과학관 수는 국립 7개, 공립 31개, 사립 18개 등 총 56개다. 실제 등록된 것은 23개, 과학관 체모라도 갖춘 것은 56개 중 서너 개에 불과하다. 1개 과학관당 인구기준으로 비교하면 독일의 10분의 1, 프랑스와 미국의 7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참담하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전시물이 80만점인데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안이 5000만점,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이 2700만점이다. 우리나라 56개 과학관 전시물을 모두 합쳐봐야 선진국 주요도시 한 과학관의 몇십분의 1밖에 안 된다. 더욱이 우리나라 등록과학관 대상조사로는 체험형 전시물은 3.3%에 불과하다. 선진국 과학관은 체험형, 실험실, 현장 작동형 위주의 전시다. 과학관 연구인력은 워낙 부족해 연구보고서는 선진국의 30분의 1 수준이다. 초·중·고교의 과학실험실 실태도 양, 질 모두 창의와 모험의 과학심성을 키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중진국에 이르기까지는 우선 급한 대로 외형 위주의 성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선진국으로 가려면, 그리고 세계적 경쟁을 이기려면 이제부터는 기초를 가꾸어야 한다. 특히 국가, 정부가 할 일은 과학기술의 기초를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시장에 맡길 일과 정부가 할 일은 분명히 나누어야 한다. GDP 대비 교육비 지출이 세계 최고이고 프랑스 영국보다 높은 GDP 대비 연구개발 비율을 쓰면서도 성장잠재력 저하를 걱정하고 중국의 도전 앞에 동요하고 있는 것은 시장에서 나타나는 겉과 모양만 화려하지, 국가가 해야 할 기초가 참담할 정도로 허약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가장 적극적인 ‘과학중심사회’를 국정지표로 세웠고 지방분권도 역점을 두고 있다. 이 지표와 역점에 맞게 임기 중 최소한 각 시·도 단위로 국립과학관을 하나씩은 세우고, 10년 내 군단위까지 과학관이 설 수 있는 판을 짜기 바란다. 기초가 바로 서지 않으면 나머지 숫자는 사상누각이다.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전 과기처 장관/시민회의 고문) 출처 - 조선일보 2003. 9. 2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