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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경제 호전 "기회잡자" - 안종범
	2003-09-23
세계경제 호전 "기회잡자" 일본경제가 드디어 살아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랜기간 계속되었던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서 최근 6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4분기에는 전기 대비 3.9%나 성장할 정도로 회복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또한 최근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해져서 2·4분기에 전기 대비 3.1%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기다리던 미국과 일본의 경기회복이 확실히 나타나고 있는데도 우리 경제는 아직 살아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두 분기 연속 전기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부진-고용부진-소비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처럼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우리 수출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다시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는 패턴이 지금은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 중국이 세계경제 호황의 과실을 다 따먹고 있어 그런가, 아니면 우리 내부에 과거와 다른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어 그런가. 사실 중국의 위협은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의 수출시장을 중국이 잠식하고 있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면 무엇보다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결국 우리 기업이 얼마나 강한 투자의욕을 갖고 질적으로 우위를 갖는 상품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투자의욕은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소화될 때 비로소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 회복이 우리의 경제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를 우리는 불확실성의 굴레에 빠져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을 수도 있다. 노무현 정권 출범 7개월간을 돌이켜 보면, 우리 경제주체들이 갖는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법인세 인하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미국과 일본 경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하던 지난 3월경, 경제부총리가 법인세 인하 방향을 밝힌 다음날 청와대가 이를 뒤집었다. 그리고는 얼마간 있다가 대통령이 법인세 인하의 불가피성을 언급하였는데 이번에는 부총리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안 그래도 하기 힘든 투자를 자꾸만 늦추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 인하 문제 이외에도 금리인하, 출자총액제한 제도 완화, 접대비 사용한도 그리고 부동산 과세문제 등 각종 경제정책의 기조가 급변하거나 후퇴, 번복되는 사례가 많았다. 회복되고 있는 세계경제에 우리도 편승하려면 이제 길은 하나다. 청와대가 말을 아끼고 한번 한 말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지난 대선때 7% 성장을 이야기하다가 정권 출범 후에는 분배정의를 내세우고 그리고 얼마후에는 2만달러 시대를 만들겠다고 하다 다시 ‘노조 편드는 게 무슨 죄냐’고 하는 말잔치에 우리 경제주체는 뛰다가도 주저앉고 싶은 심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 클린턴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는 이유도 그가 집권하자마자 ‘국민들에게 당분간의 고통을 참아 내면 재정적자는 반드시 잡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사실 클린턴은 현란한 말솜씨를 가지고 있었으나 오히려 철저히 계산되고 절제된 말로 미국이 30년간 안고 있던 고질적인 재정적자를 흑자로 돌렸을 뿐만 아니라 최장기 경제호황을 가져왔다. 말을 아끼는 노력과 함께 그동안 무너진 법과 원칙을 바로잡고 이를 제대로 지키는 노력도 중요하다. 법과 원칙이 일관되게 지켜질 때 비로소 모든 경제주체들은 열심히 뛰면 뛴 만큼 대가가 있을 거라 기대하게 된다. 축구경기의 심판은 만들어진 규칙을 말없이 엄정히 적용하면 되는 것이다. 지난 월드컵 당시 유명 심판들처럼 우리 정부에게도 만들어진 규칙을 엄정히 적용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安鍾範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9. 23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