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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초연금제도의 시행을 위한 정부안을 두고 여야 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기초연금 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지자체 선거에서 민생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 정부와 여당은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의 70%까지 국민연금에 연계해서 주자는 입장이고, 야당은 80%까지 아무 조건 없이 주자는 입장이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토대를 만든 노인들을 도마에 올려놓고 인격적으로 마구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어찌 보면 지금은 양자의 주장이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의 차이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고 재정적자도 메워야 할 미래의 정부는 엄청난 재정부담을 이중으로 안게 된다.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전체 노인에게 약속한 기초연금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사과까지 한 이상 이제는 사회적 현실과 정부 재정 상태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기초연금이 도입돼야 한다.
우선 여당과 야당이 기초연금 수급대상을 70%로 하느냐 80%로 하느냐,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하느냐 마느냐로 다투고 있지만 여기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기초연금을 확대하게 한 대표적 지표는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45%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득이 낮은 순으로 45%의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된다. 문제는 노인빈곤율을 산출하는 기준이 단순히 현금소득만을 기초로 한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소득은 낮지만 자산보유율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노인빈곤의 정도는 크게 낮아지게 된다.
그리고 현재 평균수명이 80세니까 65세 노인들에게 15년만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1년 기준 이들의 기대여명은 남성이 17년, 여성이 22년이다. 따라서 기초연금이 한번 지급되기 시작하면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반 이상의 노인들에게 20년 이상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생명연장술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이들의 여명은 지금도 더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기초연금을 표를 얻기 위한 ‘선거공학’의 수단으로 활용하면 안 된다. 오히려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의 확립을 위한 ‘복지공학’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첫째, 국민연금은 실질적 제도의 확대가 늦어지면서 2006년에 16%였던 수급률이 작년 말에는 31%로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평균급여액도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시키는 것은 기초연금의 목적에도 부합하고 국가재정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둘째, 노인들의 건강이 한 해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고, 일하는 노인도 늘어나므로 기초연금의 대상을 70세로 상향조정해야 한다. 70세 이하 고령자들은 적합한 일자리만 제공된다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에 목을 매기보다 일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고령화사회에 이미 들어서 있는 우리나라는 2020년대가 되면 노동력 부족 시대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고령인구를 받쳐줄 수 있는 근로자들이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0~74세 가운데 일하는 노인의 숫자가 2006년 65만 명에서 145만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따라서 기초연금 예산의 일부라도 절약해서 노인 고용의 확대로 돌릴 수 있다면 훨씬 값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기초연금제도에 대한 범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쌓인 문제의식과 지혜를 이제는 선진화된 노인복지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데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회 내에서 대승적으로 합의해 7월에 지속가능한 기초연금을 드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14. 2. 28 시론
<원문>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2/28/13609492.html?cloc=olink|article|def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