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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피어나는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한겨울 차디찬 바닥에서 고통 속에 숨졌다. 지난 17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건물이 무너지면서 총학생회 주관으로 새내기 환영 행사에 참가한 부산외대 학생 중 10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은 대형 참사 얘기다.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이제 대학생이 됐다는 한껏 부푼 마음은 입학식도 치르지 못한 채 흩날리는 눈발처럼 산산이 흩어졌다.
이번 체육관 붕괴 사고뿐만 아니라 최근 잇달아 발생한 기름 유출과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비롯해 지난해 고등학생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남 태안의 사설 캠프장 사고 등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근본 원인이다. 심지어 안전관리 소홀로 인해 피해를 야기한 기업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조차 기업의 반발로 쉽지 않다고 하니 ‘안전’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안전불감증을 범죄로 인식하고 ‘기업살인법’을 제정한 영국에서 안전사고가 크게 감소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각종 대형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0년 대구 지하철 사고 등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잊을 틈도 없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할 때다.
이러한 대형 사고의 책임에서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안타까운 인재가 계속 되풀이되는 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고가 터진 뒤에야 분주한 모습이다.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관련 정부 기관장들이 모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리며, 재발 방지를 위해 유사 시설물의 안전 점검에 나서겠다고 한다.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하고 난 뒤에야 관련자를 색출하고 처벌하기에 바쁘다.
정부의 사고 수습은 늘상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다. 이미 발생한 사고와 유사한 형태의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점검에만 집중한다. 이번 사고 대책으로 안전행정부는 ‘샌드위치 패널 건물의 제설과 안전 점검’에 나서겠다고 한다. 사고 예방을 위해 정작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뒷전이다. 사고 리조트가 2009년에 준공되고 단 한 차례도 안전 점검을 받지 않은 원인인 ‘시설물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규정의 사각지대였다는 점은 관심 밖인 것 같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비한 건축물 규제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안전사고 방지 관련 제도가 실효성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설계됐는지도 의문이다. 안전행정부가 사고 사흘 전에 밝힌 ‘골든타임제’가 대표적이다. 사고로 인한 사상자의 최소화를 위한 재빠른 현장 출동 및 조치를 위한 이 계획은 이번 사고에서 보듯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 기관 간의 소통과 협력 부족도 문제다. 이번 사고 시설물 안전관리와 관련해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정부 기관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이들 간의 소통 및 협력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상의 제도적인 허점 발견과 개선이 현재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3.0에서 보듯, 현 정부가 강조하는 정부 기관 간의 소통과 협력이 최소한 안전관리 분야에서는 미진한 듯하다.
이번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와 더불어 최근 발생한 대형 사고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은 사회’를 넘어 언제 어떤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사회’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적어도 ‘안전사회’는 아니더라도 ‘덜 위험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기(轉機)로 만들어야 한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정부개혁연구소 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2. 19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2190107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