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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새로운 국제 기준에 따라 공공부문의 부채 규모를 세계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로써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재정 관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부문 부채가 821조1000억 원이고, 공공부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할 연금 및 퇴직 수당으로 인한 부채가 467조4000억 원이다.
공공부문의 부채를 30년 동안 갚으려면, 이자율을 4%로 가정할 때 매년 47조50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지금은 국민연금 적립금이 쌓여 부채 규모를 134조원 정도 줄였으나, 미래 세대는 국민연금 고갈까지 걱정해야 한다. 이대로 국가 부채를 미래 세대에 넘겨줄 수는 없다.
이렇게 공공부문의 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 대응을 위해 발생한 채무와 포퓰리즘적 재정 지출 급증으로 인한 재정적자가 겹치면서, 국가채무는 급격하게 늘었다. 1997년 말 국가채무는 60조3000억 원이었으나, 2002년 말 국가채무가 133조8000억 원, 그리고 2007년 말에는 299조2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2003년 이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이 10%대에서 관리됐으나, 2003년 이후 20%를 초과하고 2007년에는 30%대로 진입했다. 재정 건전성은 외면하고 각종 선심성 사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또다시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었다. 물가상승을 우려해 공공요금 및 전력요금을 동결했고, 혁신도시 건설 및 4대강 사업과 같은 공공사업으로 공기업 부채도 급격히 증가했다.
지방의 공공부문 부채도 105조(兆) 원에 이른다. 당당하게 누리자며 여러 가지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고, 수익성도 담보되지 않는 대규모 사업을 벌여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만들었다. 호화 청사 건설은 기본이고, 경전철 건설에서 리조트 사업까지 재정을 낭비하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중앙 공기업과 지방 공기업 모두가 방만하게 재정을 관리한 결과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우선, 국민이 합심해 포퓰리즘 정치 풍토를 추방해야 한다. 공정한 기관이 후보자들이 내건 선거공약의 비용을 공시해서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만들어내는 선심성 입법도 걸러내야 한다.
그리고 공공부문의 사업 영역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공공부문 부채를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이 저렴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예컨대,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이 사립대학의 등록금보다 싸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까지 합치면 국·공립대학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더 비싸다. 가격을 통제했을 뿐 실제 비용은 더 드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과 경쟁하고 있는 부문은 과감하게 민간에 맡겨야 한다.
끝으로, 합리적인 자산과 부채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채가 정치 쟁점화하면, 잘못된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 구조상 부채가 늘었다가 사업이 완료되면서 이익이 발생해 채무가 줄 수 있다. 무조건 자산을 매각해서 부채를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장기적 전략에 따라서 자산과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공기업의 건전성을 파악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공기업 부채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고령화로 인해 재정 수요가 급증하고, 경제 성장은 둔해지고 있다. 공공부문 부채 관리에 있어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성장동력을 강화해 미래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도 효율적인 재정 지출이 절실하다. 종합적인 부채 통계 작성을 계기로 투명하고 미래 지향적인 국가 부채 관리 방안이 추진되길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정경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4. 2. 18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2170107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