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금권선거·관권선거는 가장 후진적이고 구시대적인 것으로, 깨끗이 청산돼야 할 전형적인 불법 선거운동 행태다. 그런데 6·4 지방선거 예비후보등록이 막 시작된 시점에 벌써부터 관권선거 시비(是非)가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현 단체장에게 유리한 보도 자료를 배포한 후 해당 기사가 각종 포털에 뜨면 이를 집중 검색하는 방법으로 기사 노출 순위를 끌어올려 여론을 조작하는 움직임을 포착, 조사 중이라고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에 대해 선거에서의 중립의무, 선거운동 제한,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등 직접적인 선거 개입 금지는 물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도 못하도록 이중, 삼중의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공무원은 소속 직원 또는 선거구민에게 교육이나 어떠한 명목으로도 특정 후보의 업적을 홍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고, 특정 후보자에 대한 선거권자의 지지도를 조사하거나 이를 발표하는 행위도 해서는 안된다.
특히 지자체장은 일반 공무원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별도의 규정을 두어 금품 제공, 정치 행사 참석, 각종 행사의 개최·후원, 공공기관 외의 기관 행사 참석, 지자체의 홍보물 발행·배부 등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관권(官權)선거를 금지하는 법과 제도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 그런 만큼 지자체장들의 준법의식과 선거관리 당국의 단속 및 처벌의지 부족이 관권선거 시비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다.
일부 단체장들이 예비후보 등록 기간에 관권선거로 의심받을 행동을 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예비후보자 제도는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이라도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허용해 줌으로써 새로운 후보자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예비후보 등록은 각 정당의 후보자 경선이 사실상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시기에 현직 단체장이 해당 지자체의 조직과 공무원을 동원해 자신의 치적(治績)을 홍보하고 여론을 조작한다면 새로운 후보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은 고사하고 정당의 후보자 경선에서마저도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세에 몰린 후보자는 흑색선전(黑色宣傳)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방선거가 혼탁해지는 양상의 시작이 관권선거에서 비롯됐음을 수차례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는 ‘안철수 신당’의 참여로 정치적 지형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국가기관과 공무원 단체, 개별 공무원들의 엄정 중립을 강력히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예의 주시해야 할 상대는 현직 단체장들이다. 비록 단체장이 관권선거를 직접 기획·지시하지 않아도 단체장에게 줄을 서 있는 소속 공무원이나 산하 기관 직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단체장의 의사와 관계없이 선거에 개입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단체장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속 공무원을 감독하고 이러한 일을 감시하는 일 또한 단체장의 직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직 단체장은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 이미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선거법 위반 시비나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해를 살 만한 일은 아예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선거관리 당국과 사법 당국도 관권선거 움직임을 철저히 단속하고 법집행을 엄중히 하여 관권선거라는 부끄러운 단어가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14. 2. 11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2110107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