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 구상 기자회견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전략으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 창조경제를 통한 역동적 혁신경제 창출, 내수 활성화를 통한 내수.수출 균형경제 실현 등이 제시됐고 공공부문 개혁과 대기업.중소기업 공생, 규제 철폐 등 창조경제로의 전환, 내수 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 투자 증진과 보건의료.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산업 집중 육성 등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됐다. 10여년 이상의 장기간 경제침체를 벗어나고자 하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고뇌와 비전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목표는 앞으로 3년 동안 국민소득 4만달러, 고용률 70%, 잠재성장률 4%를 달성하는 것이다. 양적인 성장목표는 경기침체 속에서 힘겨워하는 국민에게는 복음이자 희망이다. 이명박정부 후반기 이후 실종됐던 경제 중시 분위기가 극적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다.
우리 경제가 침체라고는 하지만 전자와 자동차 군단이 이끌어 가는 성장영역은 지금보다 더 좋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반드시 침체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의 우리나라를 구한말 대한제국에 비교하기도 하지만 이는 한국을 너무 비하한 것이다. 개인적 소견으로 대한민국은 구한말 일본과 비슷한 위상이고 대한제국과 비슷한 나라는 북한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제조업의 강국이다. 문제는 현재의 구도가 몇 개의 초대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위태하다는 데 있다. 중소기업 육성은 필요하지만 대기업의 길을 막는 것이 돼서는 곤란하다.
건설경기의 침체를 필두로 국민이 느끼는 경기는 과거의 고도성장에 대한 향수에 가깝지만 국민 대다수가 느끼는 불경기를 극복하지 않고는 민생은 물론 정권의 안정도 힘들다는 측면에서 경제혁신 3개년의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니 이것저것 넣다 보면 방대해지고 핵심은 희석될 수 있는 위험성을 배제해야 한다.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 경제는 이제 더 이상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가 아니다. 정부는 법과 예산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계획을 주도할 수 있지만 법을 개정해 규제를 풀려면 3년이 걸릴 것이고 예산은 이미 약속된 복지지출 집행으로 가용할 재원이 없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것은 돈 없이도 할 수 있지만 50%를 조금 넘는 국정 지지율로는 어렵다. 물론 50%도 낮지 않지만 나머지 50%가 특별히 강한 반대이기 때문에 힘들다. 공공부문 개혁은 국민이 좋아하는 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계륵'과 같다. 버리기는 아깝지만 코레일 사태에서 보듯이 힘만 들고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공공부문 개혁이다. 보다 시급한 것은 정부예산제도의 개편이다. 예산 더 가져가기에 혈안이 되고 예산 아끼고 남기면 멍청이가 되는 예산 시스템으로는 정부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경제혁신 계획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분야는 남북한 경협 추진이다. 대외지향적인 우리 경제가 시장과 경쟁력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 북한의 개방과 경제개발이다. 그동안 현재와 같이 그 필요성이 절실했던 시기는 남북 모두에 없었다. 우리 경제는 북한 경제 없이도 잘 성장했고 북한도 그냥 버텨 왔다. 그렇지만 지금은 남북 모두가 경제협력을 통하여 각자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절호의 순간이다. 지금은 북한이 동북아 경제권 발전의 암초가 되고 있지만, 북한이 변할 수만 있다면 우리 경제는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이 근본 문제이지만 우리가 유연성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으로 믿는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의 과욕과 이명박정부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협력의 비전과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파이넨셜뉴스 2014. 1. 15 fn논단
<원문>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401160100153050007966&cDateYear=2014&cDateMonth=01&cDateDay=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