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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회사 직원이 신용카드사 3곳의 고객 개인정보 1억300만 건을 빼돌려 유통시킨 초대형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신용정보회사 직원이 농협카드에 파견 근무하면서 전산망 접근 권한을 확보한 다음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개인정보를 불법 저장하는 수법으로 2012년 10월 고객 정보 2500만 건을 빼돌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3년 6월에는 KB카드에서, 12월에는 롯데카드에서 같은 수법으로 각각 5200만 건과 2600만 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카드사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불법 대출 모집 광고 업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드사의 고객 정보가 불법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알게 됐다는 것이다. 고객들 역시 1년 넘게 자신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돼 대출 광고 등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밖에 없었다. 과거 게임 업체나 정보통신 업체에서 자주 일어났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이 요즘엔 금융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결제 내용이나 연체 상황 등 금융 정보가 담겨 있으면 더 비싸게 팔리는 까닭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사들의 개인정보 침해 사고 유형을 살펴보면 해킹에 의한 기술적 침해보다는 내부 직원에 의한 원시적 수법의 유출 사고가 주를 이루고 있다. 많은 돈을 들여 백신과 방화벽을 설치하는 등 기술적 관리를 한다고 요란을 떨었지만 정작 사고는 어이없게 내부자에 의한 절도라는, 매우 후진적인 침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금융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개인정보 처리자의 안일한 근무 자세와 고객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불감증이 초래한 결과다.
또한 개인정보를 훔치는 사람들 역시 자신의 행동이 중대한 범죄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과거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기 전에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지켜져야 하는 것쯤으로 인식됐다. 그런 까닭에 개인정보의 유출 피해 역시 프라이버시 침해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ICT가 발달된 환경에서는 개인정보 유출이 단순한 프라이버시 침해 정도가 아니라 개인의 재산은 물론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봐야 원치 않는 대출 광고 전화나 대리운전 스팸 문자를 받는 정도의 피해가 고작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빼돌려진 개인정보가 대출 모집인이나 광고업자들의 손에 넘겨지는 것은 물론 중국 등 해외로까지 팔려 나간다고 하니 그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고 클 수 있다.
현행 법상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빼돌린 사람은 물론 이를 사서 이용하는 사람들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있다. 그럼에도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금융 및 사법 당국의 처벌 의지가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처리자의 인식도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당국과 회사가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개인정보의 중요성과 그 침해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다. 개인정보를 금괴나 돈뭉치로 생각했다면 파견회사 직원이 보따리에 자기 회사의 금괴나 돈을 그렇게 쉽게 가져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 당국이나 사법 당국 역시 관리 부실로 금괴나 돈뭉치를 잃어버린 금융사에 그리 관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금융사들은 다시는 이러한 어이없는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금괴나 돈뭉치보다도 소중하고 이를 잃어 버렸을 경우 그 피해는 금괴나 돈뭉치를 도둑맞았을 때보다는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인식해 고객의 개인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14. 1. 10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1100103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