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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5일제 정착하려면 - 김태기
	2003-09-04
주5일제 정착하려면 주5일근무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7월부터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부터 순차적으로 주5일근무제가 도입되게 된 것이다. 이제 주5일근무제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행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주5일근무제가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실행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5일근무제의 순기능은 강화하고, 부정적 기능은 예방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주5일근무제 도입은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는 등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기업차원에서는 인건비가 증가하고 개인은 소득이 감소하면서 구조적인 불황으로 이어지는 역기능이 나타날 수도 있다. 과거 의약분업에서 보았듯이 제도개혁에는 양면성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양면성은 법제도를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순기능을 강화하고, 역기능을 예방하느냐 하는 문제도 중차대한 과제라는 것이다. 그러면 주5일근무제의 역기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첫째, 경제성장이 5% 수준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주5일근무제가 순조롭게 정착하려면 경제성장의 추진력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성장의 추진력으로 주5일근무제 도입에 따른 부담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국제사회의 압력 속에서 주5일근무제를 시행했으나 그 이후 경제는 불황에 빠지고, 기업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신규채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근로조건 격차를 줄여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기업노조는 힘을 바탕으로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고,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근로조건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근로자는 ‘주5일제 아빠’가 되고, 중소기업 근로자는 ‘주6일제 아빠’가 되는 식의 격차가 방치될 경우 능력있는 근로자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게 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더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 셋째, 근로자들의 실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실근로시간은 연간 2400시간을 넘고 있다. 그래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장시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는 근로자들이 여가보다 임금을 더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주5일근무제가 도입돼도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소득 감소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직장 밖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은 나아질 게 별로 없다. 넷째, 주5일근무제 시행에 따라 타격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주5일근무제가 시행될 경우 레저산업 등은 호황을 누릴 수 있지만 사무실 밀집지역 주변의 음식점 등 재래상가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자영업자들의 경우 주5일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소비패턴의 변화에 맞게 업종전환이나 신규 업종 진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5일근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주5일근무제가 갖고 있는 순기능을 제대로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주5일근무제 시대에 맞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신산업 개발과 중소기업의 자동화 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주5일근무제도 순조롭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사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상호협력하는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지금과 같이 투쟁과 갈등이 반복되는 노사관계 하에서는 주5일근무제가 순기능을 하기 어렵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세계일보 2003. 9. 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