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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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사태가 마무리됐지만 큰 후유증이 남았다. ‘민영화(民營化)’라는 단어가 악마화(demonize)돼 버린 것이다. 대통령마저 민영화를 안하겠다고 부인하다 보니 국민은 민영화를 해선 안될 사악한 정책으로 여기게 됐다. 선동자들은 민영화 이후 민간 기업이 가격을 마구 올려서 국민을 착취할 것이라고 겁준다. 거짓이다. 대개는 가격이 떨어지며, 설령 소비자 가격은 오른다 해도 납세자 부담은 줄어든다.
공기업의 경영이 방만하다는 것은 생산 원가가 높음을 뜻한다. 같은 일이라도 민간 기업이 하면 더 낮은 원가에 더 높은 품질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도 공기업이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높은 원가와의 차액을 세금으로 메워주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공공과 민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등록금만 보면 국공립유치원이 훨씬 싸다. 사립은 25만4000원으로 국공립의 2배가 넘는다. 그런데 원가를 따져보면 정반대다. 국공립유치원의 원아 1인당 교육비는 월 134만 원으로, 사립유치원 평균 58만 원의 2배도 넘는다. 그 중 10만6000원만 받고 있으니 국공립유치원은 매월 123만4000원씩을 납세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낮은 가격은 납세자들이 막대한 차액을 부담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앞으로는 남고 뒤로는 밑지는 것이 바로 공공 부문인 것이다. 민영화는 생산 원가를 낮추기 마련이며 경쟁까지 도입된다면 국민 부담은 공기업일 때보다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민간의 친절과 활기가 민영화 이후 기업과 산업을 발전시킨다. 빚더미에 짓눌리던 대한항공공사는 한진그룹이 인수한 후 세계적 항공사로 탈바꿈했다. 공기업이던 한국이동통신은 선경(현재의 SK)에 인수되고 얼마 안 지나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의 상용화에 성공한다. 공기업으로 남아 있었다면 빚더미조차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민영화 중 실패라고 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 실패라며 입에 오르내리는 외국의 몇몇 민영화 사례도 잘 따져보면 과장이 심하다. 영국 철도의 요금이 민영화 후 오른 것이 사실이지만, 승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도 고려해야 한다. 수도(水道) 민영화에 반대해 일어난 볼리비아의 민중 봉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기업일 당시 보조금 덕분에 값싸게 물을 쓰던 중산층과 기업들이 주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재(再)국유화 이후 사정은 물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고 한다. 설령 외국에서의 실패 사례가 있었더라도 우리는 그 교훈을 받아들여 성공을 시키면 된다.
‘신도 부러워하는 일자리’를 보장해주느라 엄청난 빚더미를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당사자인 납세자 자신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설령 알더라도 거대한 공공노조가 두려워 감히 나서지 못한다. 이제는 누구도 민영화를 하자며 목소리를 높일 사람들이 없다. 어떤 정권도 국민이 원하지 않는 민영화 수술을 하느라 손에 피를 묻힐 이유가 없다. 노무현·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도 민영화라는 수술의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결국 공기업 ‘개혁’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어떤 것도 개혁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는 아예 민영화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철도 파업에 맞서는 용기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코레일 자회사를 만들어 얻을 것은 상징적인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초(草)와 록(綠)은 동색이다. 코레일이나, 코레일 자회사나 무엇이 다를 것인가. 노정부 시절 철도청을 코레일로 바꿨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듯이.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그로 인한 세금 낭비를 해결하고 싶다면, 공기업이 독점해온 사업 영역에 민간이 들어가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영화만이 공기업 개혁의 정도(正道)이자 유일한 길이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1. 2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401020107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