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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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시작된 미국 출구전략으로 엔ㆍ달러 환율이 이틀 만에 1.8엔 급등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6월 28일 1159원 기록 후 속락해 오다 일단 1051.5원에서 1060.50원으로 반등하고 있다. 출구전략 시작일에 원ㆍ100엔 환율이 1008.6엔까지 하락해 1000원 선을 목전에 두었으나 다행히 1016원으로 반등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일 엔ㆍ달러 환율은 104엔으로 연초의 86.66엔에 비해 17% 절하됐다. 반면 원ㆍ달러 환율은 연초 대비 1% 절상돼 원ㆍ100엔 환율은 1016원으로 연초 1236엔에 비해 22% 절상되고 있다. 이처럼 엔저는 가속화되는 반면 원고도 진행되어 원ㆍ엔 환율이 수출기업 손익분기점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이미 지난 3분기 어닝쇼크가 발생하는 등 수출기업 손실이 증가하고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이 글로벌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밀리는 등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내년에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에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일본 아베노믹스가 결합돼 엔ㆍ달러 환율은 연중 110엔을 돌파하는 등 연평균 108엔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 불황형이기는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그에 따른 미국의 원화절상 압력도 예상되어 미국 출구전략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금년 평균 1090원 정도에서 1040원대까지 절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내년 원ㆍ100엔 환율은 연평균 960원 내외로 연중에 9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돌아가는 것이다. 실증분석 결과 원ㆍ엔 환율 10% 하락은 한국수출 3% 감소를 초래한다. 금년과 내년 중에 걸쳐 원ㆍ엔 환율이 25% 하락한다면 한국수출이 8% 감소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엔저원고기 한국 경제는 언제나 위기를 겪어 왔다.
1997년 금융위기 이전 1995년 4월~1997년 2월 중 원ㆍ100엔 환율이 918.50원에서 704.65원으로 30% 절상됐다. 그 결과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돼 외환위기 도화선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2001년 9월 1090.14원에서 2007년 7월 755.57원으로 무려 44%나 절상됐다. 그 결과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 마침내 2008년 3분기에는 적자로 반전돼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번에도 원ㆍ100엔 환율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우 무역수지 적자 반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재무부는 최근 발간된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비판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내년 4900억달러, 후년 5200억달러로 전망되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일본은 중국 경제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 동아시아전략의 중요 파트너로서 아베노믹스에 대해 공개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미국발 신환율 전쟁에는 중국과 한국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중국은 외환보유액을 3조7000억달러나 보유하고 있는 데다 달러화 불안을 이용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위안화를 절상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한국만 미국 출구전략에 따른 신환율 전쟁의 희생양이 될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무작정 우리 입장만 주장할 수만도 없는 것이 한국의 국제금융 여건이다. 미국 등 관련 국가들에 한국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국제적인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과도한 원화가치 절상 방지는 물론 가능하면 엔저만큼은 원저도 진행되도록 노력하는 등 현명한 전략적 대처가 필요한 실정이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3. 12. 20 기고
<원문>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1317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