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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가 부족할 때마다 ‘법인세 인상’이라는 망국론이 단골처럼 거론된다.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만큼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단순한 계산이다. 세수는 한두 해 늘지 모르지만 기업들이 순순히 세금만 더 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래서 서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돈 많은 기업에만 세금을 더 내게 한다는 말도 의도된 착각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체질화돼 있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면 판매 가격 인상, 임금 삭감, 배당 감소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구사한다. 소비자·근로자·금융소득자에게 세금 부담이 전가돼 소득과 소비 위축으로 결국 경제를 망친다. 저소득 계층이 법인세 인상분을 떠안게 되면 소득 재분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모든 것이 그대로라 하더라도 법인세 인상은 그만큼 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줄여 투자 여력을 떨어뜨린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내부 자금을 세금으로 거둬가면 좋은 투자 기회가 생겨도 놓칠 수밖에 없다.
법인세 인상은 세후 수익을 낮춰 직접적으로 투자할 만한 사업 기회도 줄인다. 법인세 인상은 실현되지 않아도 거론되는 것만으로 투자를 위축시킨다. 현재의 법인세율 수준과 상관없이 인상될 조짐이 보이면 세후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면 기업가는 불안함에 투자를 미룰 수밖에 없다.
경제의 글로벌화와 자본의 자유화로 인해 세제가 경제의 효율성에 주는 효과는 더 커졌다. 브라질 정부는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고 재정 수입 효과도 노려 외환 거래와 외환 거래가 수반되는 증권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를 도입했다가 최근에 폐지했다. 국제 자본의 이탈로 금융 거래는 줄어들고 국채 금리 상승, 주가 하락, 환율 절하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스웨덴도 토빈세를 도입했다가 금융 거래가 급감하고 세수도 늘지 않는 경험을 했다. 높은 법인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통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의 사례도 부지기수다. 본사를 이전하지 않더라도 세금 부담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피하기 위해 생산 및 판매 시설을 해외로 옮기면 국내경제는 위축되고 세수는 줄어든다.
해외자본을 유치하고 국내자본의 해외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 투자는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과 소비 수준을 높여 경제를 활성화해 세수를 늘리고 또다시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의 구조를 조성할 수 있다. 그래서 선진 각국들은 각종 감세 정책을 도입해 경쟁적으로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나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법인세율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아직 법인세율을 인하하지 않은 나라도 내리려는 추세다. 지금 법인세율 인상을 시도하는 선진국은 없다. 그래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 부담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국내 기업 수와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가 늘어나고 세수도 증가했다. 그러나 법인세가 총세금이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OECD 회원국이나 주변 경쟁국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추가로 인하할 여지가 있다.
증세에 의한 정부 지출이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를 대체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는 어렵다. 법인세제는 세수효과나 소득 재분배를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성장과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후손에게 계속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물려주려면 법인세 인상은 잊어야 한다. 지금은 준조세(準租稅)를 정비하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자본을 축적해 경제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할 때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11. 8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11080107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