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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나쁜 놈들 혼내주는 경찰이에요. 저도 커서 아빠처럼 멋진 경찰이 될 거예요” 하는 아이의 희망과 달리 파출소에서 싸우는 사람을 말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경찰의 모습. 그리고 ‘이 나라에 경찰로 태어난 이상 속쓰림은 운명’이라는 광고 문구가 나오는 모 제약회사의 위장약 TV 광고가 대한민국 공권력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야간근무를 하는 경찰관들은 술에 만취해 지구대나 파출소를 찾아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입에 담지도 못할 험한 욕설을 퍼부으며 소란을 피우거나 난동을 부리는 것을 거의 매일 경험한다. 몇 개월 전 경기 파주에서는 어린 아이 둘을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던 엄마가 음주측정을 하려는 경찰관의 뺨을 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있었다.
지난해 전국의 공무집행방해 사범은 1만4000여 명으로 3년 전보다 7%나 늘었고, 특히 경찰관에게 폭력까지 휘두른 경우는 20%나 급증했다. 음주운전을 단속하던 경찰관이 운전자에게 얼굴을 맞아 안경이 깨지고 골절상까지 입었지만 법원은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모텔에서 난동을 부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마약 투약 의심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도 기각했다.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는 전적으로 법관이 판단할 영역이기 때문에 그 판단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경찰관의 불법적 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정당방위로서의 물리력 행사가 아닌 한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그것은 경찰관을 일반인보다 더 강하게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은 그 자체가 공권력이기 때문에 공권력에 대한 폭력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헌법상 보장된 자유를 향유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폭력을 억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폭력을 차단하고 무력화(無力化)함으로써 국민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주는 제도적 장치가 바로 공권력이다.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공권력의 상징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민주주의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지나치게 제한되거나 침해된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국민이 공권력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경시하는 풍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찰을 비롯한 공권력이 존중 받아야 한다. 공권력이 훼손돼 그 권위를 잃게 되면 폭력에 대한 억지력이 약해져 그 피해는 국민 저마다가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 스스로가 정당한 법집행을 통해 신뢰를 되찾는 것이 공권력 회복의 최우선 과제겠지만, 국민 스스로도 공권력을 존중하고 법질서를 지키 데 앞장서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경찰관 폭행범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는 법원의 태도를 매우 우려스러워하는 것이다. 법원의 결정이 자칫 공권력 경시 풍조를 더욱 조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질서를 확립하자는 백 마디 구호보다는 법과 원칙에 따른 공권력 집행과 법 위반자에 대한 법원의 엄정한 판단이 법치주의 구현을 더욱 더 공고히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결정이 남발될 경우 공권력을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사회 풍조가 확산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앞으로 법원은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심사를 할 때 자신의 판단이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법치주의 실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 주기 바란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13. 11. 5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11050107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