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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계산서를 받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께름칙한 것이 비급여라는 용어다. 비급여는 진료비 중에서 건강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 부분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비급여부문이 비교적 광범위한 나라에 속한다. 그나마 급여되는 항목도 비용의 일정 비율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률은 60% 초반 수준에 불과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심장질환, 암, 뇌혈관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을 100% 수준에 가깝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지난 6월 이미 4대 중증질환 개선대책을 내놓았지만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부문도 100% 보장의 개념에 포함되는지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
물론 건강보험에서 급여되지 않는 것이 3대 비급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개발된 신약이나 의료기기도 급여화되기 이전까지는 비급여 상태로 남아 있고 새로운 수술방법이 개발돼도 바로 급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신기술은 한시라도 새로운 처치를 받고 싶은 환자나 가족의 애를 태우기도 하지만 기술의 유효성에 대한 평가 없이 함부로 급여화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들 항목은 평가 절차의 투명성·경제성·신속성 등이 문제가 될 뿐이다.
그러나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는 경우가 좀 다르다. 이들 3개 비급여부문은 보험구조적으로 전액 환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3대 비급여의 가격이 의료기관별로 천차만별이어서 환자 입장에서는 부담하는 비용이 적정한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선택진료비는 환자가 진료받기를 원하는 의사를 선택할 때 부담하는 추가 비용인데 대형 종합병원에서는 대부분의 의사가 특진의여서 특진의 아닌 의사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급병실료는 급여가 되지 않는 상급병실에 입원할 경우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으로, 더 좋은 병실에 입원할 경우 비용을 추가부담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입원이 급한 환자가 1, 2인 병실에 불가피하게 입원해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문제된다. 간병비가 비급여항목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간병이 필요한 환자를 가족이 직접 간병할 수 없는 경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3대 비급여 문제는 4대 중증질환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을 구성해 비급여 문제의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3대 비급여의 소요비용이 4조~5조원에 이르고 있어 일시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비급여를 급여로 바꾸어 건강보험에서 일정 부분 부담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부 대형 종합병원에 대한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걸림돌이다. 또한 병원 입장에서는 낮은 건강보험 수가에 대응해 비급여를 원가보전 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보장성의 확대로 연결되는 비급여 문제의 해법은 건강보험료의 상승을 수반할 수도 있고 새로운 제도로의 이행은 기존에 얽혀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의 재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반발과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사회의 제도적 모순과 비효율성을 방치하고는 창조경제도 어렵고 복지국가도 요원하다. 3대 비급여 문제는 시간이 걸리고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환자의 의료비 부담 완화와 보건의료 제도의 정상적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돼야 할 정책과제임에 틀림없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해당자사 모두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파이낸셜뉴스 2013. 11. 4 fn논단
<원문>http://www.fnnews.com/view?ra=Sent1801m_View&corp=fnnews&arcid=201311050100028570001635&cDateYear=
2013&cDateMonth=11&cDateDay=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