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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 투쟁 선언한 동성커플, 집앞 청소하며 국민 마음부터 다독이길 - 남정욱
2013-09-16
혼인신고 투쟁 선언한 동성커플, 집앞 청소하며 국민 마음부터 다독이길 홍석천·하리수 커밍아웃때… 엇갈린 국민 반응을 보라 논리보다 감성이 앞서는 사회란 점에 주목했으면 제우스가 인간을 만들 때의 일이다. 기본 프레임을 짜고 그 안에 신장, 염통 등 장기와 분노, 기쁨 따위의 정서를 밀어 넣었다. 다 만들어 놓고 제우스, 하하 흐뭇해하는데 발밑에 빠뜨린 게 있어 보니 '품위'다. 아내인 헤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럼 그렇지, 당신이 뭘 제대로 하겠어. 품위를 인간에게 넣으려면 방법이 하나뿐이었는데 그게 하필 항문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마음을 정한 품위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요. 대신 향후 나 말고 다른 것이 저 안으로 들어오면 나는 바로 나가버리겠어요." 동성애자들에게는 품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동원된 외전 그리스 신화 중의 한 대목이다. 어느 종목이나 안티가 자신의 주장을 실현하기 위해 구사하는 이데올로기는 참 기발하다. 얼마 전 국내 게이 커플이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혼인신고가 반려되면 행정소송을 시작으로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겠다고 한다. 앞의 것에는 동의한다. 헌법 10조에 명시된 대로 개인에게는 행복 추구권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런데 두 번째의 소송이니 소원 제기 같은 부분에서는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자신들이 차린 살림을 '싸움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겠다는 정치적인 발언인 까닭이다. 우리야 북한 문제, 한국 현대사 문제, 기업에 대한 시각이 좌우를 나누는 주요 항목이지만 이런 게 없는 서구에서는 동성애 찬반이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주요한 기준점이다. 그 점에서 미국은 진보다. 미 연방대법원이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고 정의한 '결혼 보호법'에 위헌 판정을 내렸다. 현재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주는 12개 주와 워싱턴 DC다. 캘리포니아가 곧 합류할 예정이어서 13개로 늘어난다. 반대로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동성애 관련 법안에 모조리 퇴짜를 놓고 있다. 덕분에 푸틴은 유럽 보수주의의 구원자로 등극 직전이다. 우리는 어떨까. 한국은 더 빨리 허물어질 공산이 크다. 미국은 종교의 자유가 허용된 기독교 국가다. 미국에서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는 건 소속이 장로회냐 침례교냐의 의미이지 이슬람이나 불교라는 대답을 들으려는 질문이 아니다. 당연히 생명의 창조, 남녀의 결합 같은, 신이 제시한 법칙에 정면으로 대드는 모든 행위에 미국 대다수의 시민들은 보수적이다. 신의 질서라. 우리에게는 없는 정서다. 지동설이 신의 존재를 위협했기 때문에 사람을 불에 태워 죽였던 서구와는 달리 벌써 조선 시대에 뭐가 돌든 뭔 상관이래 하며 지동설을 수용하지 않았던가. 홍석천과 하리수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호기심으로 하리수의 목젖을 바라본 반면 홍석천은 혐오로 퇴출시켰다. 둘의 차이는 없었다. 다만 하리수가 가진 외모 자본을 홍석천은 가지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 논리보다 감성이 앞서는 사회라는 말씀이다. 이미지가 괜찮은 남과 남 혹은 여와 여가 결합한다면 축하해요, 잘 살길 바라요 따위의 댓글이 넘쳐날 것이다. 아직까지 국민 정서는 동성결혼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그런데도 무조건 싸워서 권리를 취득하겠다는 게이 커플의 주장에서는 자칭 진보라는 종의 조급증이 느껴진다. 차라리 집 앞의 눈도 열심히 쓸고 사회봉사 활동에도 매진하여 동성 커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게 전술적으로 유리하지 않을까. 참고로 헌법 제36조 1항은 다음과 같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어쩌냐. 아직까지는 '양성'이란다. 키워드 | 김조광수 프로필, 동성결혼 논란, 홍석천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13. 9. 14 남정욱 교수의 명랑笑說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13/201309130194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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