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평등우선` 상법개정이 남길 후폭풍 - 전우현
	2013-09-02
`평등우선` 상법개정이 남길 후폭풍 30년 전 정치라는 언덕에서는 민주화라는 신선한 바람이 불었다. 우리가 그토록 고대한 봄바람이었다. 이 바람은 건국과 산업화에 이어 한국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러나 경제라는 계곡에서는 차갑고 고식적인 역풍이 일었다. 어쩐 일인지 대부분의 국민이 `평등우선`의 가치를 향해 달렸다. 열심히 일하는 기업을 규제하고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줘도 당연하다는 풍토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언론ㆍ출판 등 정치적 기본권은 확장일로였지만 경제ㆍ사회 부문의 모든 정책들은 평등우선주의라는 전통시대, 광복 직후의 헌옷으로 갈아입었다. 자유 때문에 평등의 가치를 포기하는 삭막한 사회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내 평등권을 보장하라고 하여 남의 자유를 내리누르는 흉폭한 나라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타인의 자유에 대해 유독 너그럽지 않다.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하는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는 더욱 인색하다. 비록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라고 못 박았지만, 사회 리더나 정부, 국회, 법관은 이를 지킬 확고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자유민주주의의 제도가 있더라도 실제로 사회 리더들이 지킬 신념이 없다면 허수아비가 되는 것은 하루아침이다. 그 틈을 타고 평등지상주의, 대중영합주의가 거세진다. 자유의 물이 꼭 필요한 경제라는 이름의 나무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평등만 외치면 자유도 잃고 평등도 잃는다. 진정한 평등은 신명이 절로 나는 자유의 풍토에서 만든 풍요함으로 가난에서 해방될 때만 이루어진다.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바람 중 하나가 바로 `경제민주화`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 등도 경제민주화라는 큰 틀에서 추진되고 있다. 과거에도 30대 그룹 규제, 공정거래법 제정이 있었다. 특히 30대 그룹 규제정책은 중소기업의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기능을 나타냈다. 그 부작용으로 부품 소재 중소기업들이 정체하게 됐다. 순자산 40% 이내 출자총액제한제도 등도 무리한 규제의 대표적인 것이다.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는 의존적, 평등지상주의적 성향도 생겨났다. n분의 1로 모두를 똑같이 지원하는 정책(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중소기업제품의 정부구매제도 등)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진행되는 경제민주화 입법은 이러한 30년의 흐름 속에 있다. 크게 우려된다. 백 번 양보하여 평등주의 경제정책, 경제민주화 입법도 성공할 수 있다면야 좋다. 그러나 성공할 수 없다. 이미 그리스, 스페인 등 세계 다른 나라의 사회민주주의정책은 실패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영삼정부의 농업 구조조정 정책이 60조원을 쏟아붓고도 실패했다. 김대중정부는 대기업을 억제하고 벤처기업을 키우려 했지만 물거품이 되었다. 이 정도로도 선행학습이 부족한가? 못하는 사람을 자립정신 앙양 없이 오냐오냐 우대하는 정책은 실패한다. 잘하는 사람을 잘한다는 이유로 때리는 정책은 더더욱 실패한다. 사실 깊이 따져보면 경제와 민주주의는 결코 같이 섞어 쓸 수 없는 모순 개념이다. 경제는 일한 만큼 버는 것이요(땀의 가치에 대한 차등적 보상), 민주주의는 일에 관계없이 똑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1인1표의 보통ㆍ평등선거). 경제를 민주화한다는 것이 그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평등지상주의, 대중영합주의로 갈 수밖에 없는 함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책임감이 있는 정치가라면 선거와 집권에만 눈이 멀어 유권자 대중에게 영합해서는 안 된다. 10년 후, 30년 후, 50년 후를 걱정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라는 구실로 추진되고 있는 입법 조치들을 신중하게 다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3. 8. 29 기고 <원문>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780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