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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와 금융 - 윤창현
2013-09-02
삶의 지혜와 금융 인기 있는 뮤지컬 중에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라는 작품이 있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이 작품은 주인공이 유태인들이고 유태인들에 의해 제작된 작품이다. 원제는 "Fiddler on the Roof"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악사"라고나 할까. 문제는 지붕에 평평한 옥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ㅅ"자 형태의 뾰족지붕이라는 점이다. 끝이 화살처럼 뾰족한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붕 꼭대기에서 다리를 잘 벌리고 양쪽 다리를 각각 지붕의 양쪽에 하나씩 잘 걸치고 몸에 균형을 잡고 연주를 해야 하는 것이다. 유태인에게 있어서 한쪽 지붕은 자신의 뿌리인 유태인의 민족성을 의미한다. 또 다른 한쪽은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국가다. 나라를 잃은 채 떠돌면서도 민족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도 이들은 뾰족지붕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바이올린을 연주하듯 2,000여년을 버티고 지금은 결국 나라를 다시 세우고 800만여명이 멋진 국가체제를 유지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버틴 비결 중에 금융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지하다시피 서양문화의 전통은 소위 헬레니즘과 기독교로 대별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상 모두 금융을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유럽의 주류사회는 금융업을 기피했다. 결국 필요악처럼 돼버린 금융업을 영위한 계층은 나라를 잃고 떠도는 유태인들이었다. 주류사회가 피하는 금융업을 유태인들이 유지하면서 마치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악사처럼 아슬아슬한 삶을 균형 있게 영위해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들은 13세가 되면 성인식을 치른다. '바르 미츠바'라는 이 성인식의 백미는 바로 돈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돈으로 거의 몇 천만원 수준의 거액이 성인식을 맞은 아이에게 주어진다. 대부분 현금으로 받는데 주식으로 받는 경우도 있다. 부모와 상의해 예금을 하기도 하고 주식의 경우 매매를 하기도 한다. 예금도 하고 적극적인 운용을 하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독립심도 길러지고 돈에 대한 의식도 생기고 내가 이제 컸구나 라는 자부심도 생긴다. 어린 나이지만 주식을 해서 돈을 벌기라도 하면 더욱 용감해질 것이다. 도전과 창조 정신이 그냥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소위 '후츠파 정신'즉 혁신, 모험, 혹은 뻔뻔함에 해당하는 유태인의 기질이 이런 데서부터 만들어지고 키워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애가 무슨 돈이야, 엄마에게 맡겨"라고 윽박지르는 우리는 반성 좀 해야 한다. 명절 때 아이가 받은 돈을 가지고 은행에 같이 가서 계좌를 개설하고 앞으로 훌륭한 사회인으로서 돈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도와줘야 한다. 유태인의 훌륭한 기질이 그냥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명심하고 다가오는 추석에는 아이들에게 생생한 금융교육의 실천현장을 마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서울경제 2013. 9. 1 로터리 <원문>http://economy.hankooki.com/lpage/opinion/ 201309/e201309011755434832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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