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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 최소한으로 줄여야 - 오정근
2013-08-30
정책금융, 최소한으로 줄여야 27일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이 발표됐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한 통합산업은행이 대내 정책금융을 담당하고 기업은행도 민영화하지 않고 중소기업금융을 담당하며 대외 정책금융은 현재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체제를 유지하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당초 중복되는 정책금융 기능을 조정해 정책금융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던 의욕에 비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된 느낌이다. 2009년에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세계적인 민간 상업투자은행(CIB)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산업은행은 민영화하고 정책금융 부문은 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해 담당케 했던 것이 많은 비용만 지불하고 원점으로 되돌려졌다는 것이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기업은행 민영화 중단과 중복 대외 정책금융기관 존속도 지적 받고 있다. 오랫동안 정책금융의 관치(官治)가 체질화돼 온 산업은행을 민영화를 통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은 위험성 측면에서 업무 성격부터가 다른데 이를 묶은 상업투자은행으로 육성하겠다고 할 때부터 시장에서는 반신반의했다. 금융의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나오려면 규제와 관치가 없어지는 것이 지름길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책금융의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공론을 거쳐서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이 정립된 다음 그 방향을 토대로 정책금융기관의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금융기관들이 재편돼서는 정책 신뢰도 상실은 물론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한국이 금융이 발전되지 않은 가운데 경제 발전을 이루는 과정에 정책금융의 역할과 공헌이 컸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해 경제 구조가 시장 중심으로 바뀌면 금융도 시장 중심으로 이행해야 한다. 선진국 진입을 앞둔 지금 어떤 부문이 정책금융이 담당해야 할 것인지부터 숙고해 봐야 한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중장기 설비투자금융, 중소기업금융, 중장기 해외 수출금융 등 시장에 맡겨서는 어려운 부문, 즉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제공해 왔던 정책금융 중 시장에서 가능한 부문은 시장으로 넘기고 시장이 제공하기 어려운 부문에 한해 국제적 통상 마찰이 없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정책금융을 제공하는 게 옳다. 이런 측면에서 대내 정책금융은 신성장동력 산업과 중소기업 금융에 국한하고, 대외 정책금융은 최근 보증 여력 부족으로 원전 등 대형 플랜트 수주가 어려워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통합 또는 보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책금융이 과도할 경우 시장금융이 위축되거나 경제의 자생력이 강해지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부문도 민간 금융회사가 육성되면 점차 민간 부문으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통합산업은행은 벤처투자, 민간금융회사를 통한 중소기업 간접금융 지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안정기금 운용을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벤처라는 모험기업 투자는 실패 확률이 높아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털 등 시장금융이 기본인데 정책금융기관이 어느 정도 벤처산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정투자 중심의 정책금융은 오히려 벤처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중소기업 간접금융 지원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금융과 중복은 되지 않는지, 금융안정기금은 예금보험공사, 중앙은행 최종 대부자 기능 등 금융 안전망과 따로 운용할 필요는 있는지도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다. 정책금융과 개인금융을 같이하는 어정쩡한 제도는 가능한 한 조속히 정리하고 민영화를 목표로 과도하게 늘어난 인력과 점포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8. 29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82901073137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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