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

> 자료 > 바른사회 칼럼

	오바마의 ‘보호무역 회귀’ 우려한다 - 정인교
	2013-08-09
오바마의 ‘보호무역 회귀’ 우려한다 2011년 4월 시작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수입금지 거부권 행사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의 편파적인 평결을 지켜보면서 미국 사법체계의 문제점과, ‘특허 괴물’이 가져올 영향에 대해 적잖이 우려했었다. 하지만 2개월 전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고, 구형 모델 아이폰 및 아이패드 수입금지 판정을 하면서 ITC의 전문성과 객관적인 평결에 안도했었다. 지난 26년 동안 ITC 결정이 그대로 집행되는 것이 관례화됐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웠다. 특허와 지식재산권 보호는 1980년대 이래 미국 통상정책의 가장 큰 관심 사항이었고, 슈퍼 301조 등 통상법을 통해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이 낮은 국가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 감시 및 무역보복을 해 왔다. 1994년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가장 큰 특징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협정의 일부로 도입한 것이었다. 한·미 FTA에서도 미국은 최고 수준의 지식재산권 보호 규정 도입을 주장했고, 미국이 제안했던 거의 대부분 사항이 협정에 반영됐다. 한·미 FTA 이행 기반을 공고히해야 하는 시점에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특허 침해를 결정한 ITC 평결을 무력화시킨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특허 침해 아이폰·아이패드 제품이 구형 모델이어서 중저가 시장이나 교육 분야에 국한돼 판매되는 제품이므로 무역보호주의 국가로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 무리한 결정을 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전자업계 및 통상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무역 장벽을 만들어줘야 할 정도로 애플의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가? 정부 지원이 필요한 산업이나 기업이 있을 수 있지만, 첨단기술 기업인 애플에 해당하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향후 미국 통상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정무역을 강조해 왔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새로운 무역 프레임’ 구축을 목표로 태평양동반자협정(TPPA)을 추진중인데,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도 당연히 포함된다. 자국이 필요할 때에는 통상법이나 FTA를 통해 상대국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주장하면서, 자국 기업의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거부권을 발동하는 사례를 지켜본 TPPA 국가들이 향후 협상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이번 보호무역주의에 입각한 거부권 행사는 한·미 FTA 기본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FTA 협정 서문은 ‘자유무역지대의 창설을 통해 무역에 대한 장벽을 제거…(중략)…이 협정의 혜택을 축소할 수 있는 양국 영역 간 무역 또는 투자에 대한 새로운 장벽의 설치를 회피하기로 결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거부권 행사는 미국 내 무역정책기관, 기업 관계자 등과 협의해 내린 결론으로 언급하고 있을 뿐 한·미 FTA 이행과 FTA 상대국을 고려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표준특허(SEPs)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FRAND 원칙을 강조함에 따라, 향후 FRAND가 표준특허권자의 권한을 제약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파장을 우려하면서, 오는 9일 ITC의 애플사의 삼성전자에 대한 특허분쟁 판정과 이후 미 행정부의 결정에 대해 예의 주시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는 너무 ‘온건한’ 기조의 성명으로 보인다. 미 당국의 대(對) 한국 통상 현안을 처리함에 있어 한·미 FTA의 기본정신을 고려해야 함을 밝히고,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상정책 추구를 촉구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8. 8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8080103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