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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민주주의 異常 없다 - 유호열
	2013-08-09
대한민국 민주주의 異常 없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오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무더위는 단순히 날씨 탓만도 아니다. 국회와 국회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이 우리 국민으로 하여금 정치에 대해,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이상(異常)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게 함으로써 더위를 실제 이상으로 느끼게 한다. 60여 년 전 유엔의 감시단에 의해 처음으로 민주주의 선거를 치르던 나라가 이제는 지구촌 최초로 전자 민주주의를 선도하며, 케이팝(K-POP)의 한류처럼 K-데모크라시의 민주주의를 이끌어낸 주역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졌는데, 최근 불거진 정치 공방으로 인해 그러한 자긍심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난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확대한 선거였다.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해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확립한 이후 우리 정치는 교과서적 발전 단계를 그대로 보여줬고, 전 세계 민주주의 체제의 모범 답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댓글 파문으로부터 파생된 야당의 공세는 한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드는 매우 부적절한 모습으로 확대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첫째, 지난 대선은 국정원을 비롯해 어떤 국가 기관도 개입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없었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였다. 민심(民心)이 역대 어느 선거에서보다 정확히 반영되고 최대한 표출된 결과였다. 당사자인 문재인 후보가 누구보다 그러한 정황을 정확히 인식했고 흔쾌히 승복했음을 누구도 의심치 않는데,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듯한 오해를 사고 있다. 개명 천지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정치 공세일 뿐이다. 만에 하나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그 진위를 가리면 될 것이다. 둘째,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은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한 우리 현실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논쟁이다. 그럼에도 NLL에 대한 공방이 그치지 않고, 오히려 기이한 모습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2007년 10월의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이 갖고 있는 근본적 문제점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NLL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은 물론, 여야 모두가 우리의 해상 경계선이자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까지 확고히 지켜져야 할 영토임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논란을 종식하는 게 맞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의 회담록이 공개되지 않았어야 했음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해서는 국정원에 대한 책임을 묻기 전에 여야 정치권의 책임정치 실종에 대한 심각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하고 회담록의 유무(有無) 역시 실체적 차원에서 그 진실을 밝히는 것이 우선적 과제다. 셋째, 국정원의 개혁은 다른 어떤 국가 기관의 개혁보다 신중하고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은 내부로부터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많은 희생을 통해 얻은 소중한 결실이다. 동시에 북한이라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맞서 지켜온 가치이자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국가안보와 체제유지라는 핵심 가치를 음지에서 지켜온 국가 정보기관이 있었기 때문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국정원의 문제는 그 내부에서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국정원 개혁의 결과를 지켜보고 문제를 지적해도 늦지 않다. 지난 60년 간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담당하는 핵심 기관의 기본 업무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질타하는 행위는 대승적 차원에서 접어야 한다. 박 대통령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반을 닦았다. 이제 박 대통령은 내치에 있어서도 그와 같은 관심과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마침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가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소통(疏通)의 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8·15를 앞두고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모습은 바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상이자 미래 비전의 표상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할 수 없다. 유호열 (고려대 인문대 교수·북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3. 8. 9 시론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808010730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