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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法시위 賠償책임’ 정착시켜야 - 성재호
2013-07-29
‘不法시위 賠償책임’ 정착시켜야 열흘 전 우리는 제헌절을 보냈다. 헌법을 만든 날을 기림으로써 법의 정신을 되새기며, 법의 지배(rule of law)를 다지자는 의미다. 법의 지배, 즉 법치(法治)는 온갖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 법을 기준으로 사회적 질서를 다듬어가자는 의미다. 그래야만 공동체가 큰 탈 없이 잘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제헌절을 두고 기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명은 법의 집행에 초점을 두고보기보다, 법의 준수에 무게를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 준법 의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두 사례가 최근 잇달았다. 지난 20일 이른바 ‘희망버스’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이해와 맞지 않는다고 죽봉을 들고 경찰에 대해 폭력을 휘두른 사건은 준법과는 가장 거리가 먼 장면이다. 더욱이 ‘희망’이란 미명(美名)으로 평화를 떠올리게 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이중성은 법치 이전에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의 바람을 성취하기 위해 더 많은 다른 사람을 절망케 하는 행위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24일 울산지방법원이 현대차가 지난 3월 울산공장 생산라인을 중단시킨 전 노조 대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賠償) 청구소송 심판에서 피고에게 1억362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판결이다. 소송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자발적으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 공동체를 위해 국가 기관으로서의 법원이 엄정한 법 적용과 집행을 통해 공동체의 질서를 바로잡는 절차다. 앞서 희망버스란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행위는 법 적용의 마지막 수순인 제소 과정에 있고, 후자의 경우 그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점에 상호 연계성이 있다. 지난날 울산지법의 판결 대상이 됐던 사건과 유사한 사례에서 우리 민족 정서에 면면히 남아 있던 비(非)사법적 합의 내지 타협이 빈번히 작동됐다. 회사에 피해를 끼친 회사원이 노조의 우산 아래 협상하고, 회사 측은 이를 적당히 수용하는 태도로 일관해 사법적 제재나 법 적용의 국가적 개입을 최소화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요청한 현대차의 제소는 더 이상 위법적 사안을 비사법적 방법으로 풀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고, 법원 또한 법에 정한 대로 결정을 내린 것이어서 종래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법과는 무관하게 타협을 하는 방법과 법의 판단에 맡기는 방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을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회가 다원화할수록 법의 지배에 의존하는 게 우리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한 국가들의 선례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경향이다. 되풀이되는 똑같은 법 위반 현상을 묵인하거나 적당히 넘어갈 경우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지법의 이번 판결은 그러한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오는 의미를 가진다. 법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는 판결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현대 사회에서 법 위반이 가볍게 다뤄지면 법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이 어김없이 나타나게 되고, 이는 결국 모두에게 더 큰 피해를 안겨준다. 우리보다 앞서 민주주의를 일궈내고 다듬어 온 선진국들이 법치, 즉 법의 지배를 강조하고 엄격한 법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무조건 법을 들고 위력화하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법을 만든 이유가 충분하다면, 또 그러한 법을 위반해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면, 엄정한 법 적용을 통해 사회적 질서를 정립하는 것이 옳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문제를 풀겠다’는 말이 추상같이 적용될 때 법의 준수를 기대할 수 있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7. 26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72601073937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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