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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안 받는 정부 경제대책 - 오정근
2013-06-17
약발 안 받는 정부 경제대책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경제 부흥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여러 대책들을 내놓았다. 지난 5월 17조3000억원의 추경(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하고 한국은행은 금리를 인하했다. 경기 회복을 위한 거시경제 차원의 재정·통화정책 조합이 마련된 셈이다. 아울러 가계부채 대책, 부동산 대책, 투자 활성화 대책, 5·30 노사정 대타협, 5·31 공약가계부, 6·4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등 미시경제 대책도 속속 발표됐다. 이 정도면 경기 회복을 예상하고 주가가 반등해야 당연하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여전히 박스권이다. 시장이 연이어 발표된 대책들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일본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국 시장과의 차별화 폭이 확대되고 있다. 경제 대책 종합세트가 위축될 대로 위축돼 있는 경제 주체의 심리를 반전시키기에는 충분치 못하거나 대책 이면에 경기 회복 효과를 상쇄시키는 장애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경기 침체 국면은 종래 통상적인 경기 수축 국면과는 다르다. 미국의 경기 부진이 2008년 이후 5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처럼 대공황 이후 가장 수축 기간이 길고 진폭이 깊은 대수축(great recession)으로 분석된다. 통상적인 경기 수축 국면 대책으로는 위축된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반전시키고 침체 국면을 타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인식하에 미국은 전대미문의 무제한 양적완화 통화정책을 4년 넘게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주택 경기 부양을 위해 미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 아예 주택저당채권을 매월 400억달러씩 매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로존과 일본도 같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세계 3대 선진 경제권이 비상한 대책을 수년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대책은 경제 상황을 반영해 충분하게 마련된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 재정·통화 대책과 가계부채 대책은 규모가 충분치 않다. 부동산 대책은 국회 통과 과정에서 희석되고,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규제 완화는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나마 이런 대책들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 요인도 한둘이 아니다. 첫째, 아베노믹스에 따른 원/엔 환율 급락으로 수출전선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둘째, 6월 임시국회의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 법안들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었다. 셋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더욱 거세지는 비정규직, 통상임금 등 노동 현안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미흡하기는 하지만 여러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만만치 않은 장애 요인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여러 거시·미시 대책들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세계 경제 회복 여부가 중요한 변수다. 그러나 대내적으로도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장애 요인, 즉 원/엔 환율 안정, 경제민주화 완급 조절, 노동 현안 해소 여부가 중요하다. 아울러 거시·미시 대책들도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문제는 앞서 살펴본 장애 요인이 대부분 정치·사회적인 이슈들과 연계돼 있어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노사 관계자도 이번 침체 국면이 한국 경제 도약과 추락의 비상한 변곡점이라는 점을 전향적으로 인식하고 대승적 타협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끓는 물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개구리’라는 한국 경제에 대한 맥킨지 보고서의 경종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3. 6. 17 경제칼럼 <원문>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47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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