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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 신현한
2013-06-07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저성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지 꽤 오래다. 이에 출범 100일을 맞은 날 박근혜정부는 저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 문제를 공공부문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라는 카드로 해결할 것을 최근 제안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물론 새누리당의 의원들조차도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것은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생각과 일반인들의 생각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무시하거나 폄훼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시간제 일자리’라는 것이 지난 정권에서 양산된 비정규직과 같이 악용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제도가 만들어졌을 때, 2년 이상 근무를 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되는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기업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정년까지 직장을 보장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돼 의도적으로 2년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관행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 노동인구의 50% 이상 됐고, 그들 중 대부분은 20∼30대라는 것이다. 20∼30대 청년의 70∼80%가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이들이 2년마다 새로운 직장을 갖는다는 것은 기업의 암묵적 경험과 지식 축적이 곤란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또 그런 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할 수도 있는 ‘시간제 일자리’에 들어갈 근로자들이 걱정된다. 기업은 정부 시책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제 비정규직 일자리를 시간제 일자리로 쪼갤 가능성이 있다. 모든 경기의 선수는 게임의 룰을 잘 이용해 점수를 많이 내는 것이 목표이듯이 기업은 경영 환경에 맞춰서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런 기업에 ‘시간제 일자리’는 비정규직보다 더 매혹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반면 이제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또 다른 20∼30대 청년에게는 더 비극적인 옵션이 될 것이다. 박근혜정부가 임기 내에 달성하고자 하는 70% 고용률을 일자리 수로 환산하면 2017년까지 238만 개를 만들겠다는 것이며, 그 중 40%에 육박하는 92만여 개의 일자리가 ‘시간제 일자리’다. 정부는 왜 70% 고용이라는 정책목표를 갖게 되었는지부터 생각해보기 바란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일자리를 통한 국민의 복지증진과 국가 경제발전일 것이다. 그런데 ‘시간제 일자리’가 과연 그런 정부의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는 커다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비정규직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청년들이 ‘시간제 일자리’로 더 행복해질까? 물론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는 부업을 원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업을 원하는 여성이 ‘시간제 일자리’를 원하는 건 아닐 것이다. 정부가 도와줘야 할 일이 있다. 눈앞에 보이는 고용률을 달성하기 위해 일자리를 쪼개라고 주문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20∼30대 인력을 재교육해 민간에서 투자와 창업이 일어나도록 도와줘야 한다. 전 세계가 지난 60년 간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것을 이룬 주체는 기업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것은 정부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재빨리 적응해가며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어낸 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또다시 잘못된 게임의 룰을 만들어 국민을 실망시키기보다는 현재의 룰 속에서라도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을 하기 바란다. 신현한 (연세대 교수·경영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6. 7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60701073937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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