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60세 정년`과 세대간 일자리 충돌 - 김원식
2013-06-05
`60세 정년`과 세대간 일자리 충돌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들 상황은 다르다. 경제민주화 요구와 함께 경기 침체, 정년 보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또 다른 유형의 구조조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직업 정년`이 본격적인 사회 이슈로 부상한 것은 아마도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확산됐던 구조조정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본인 능력과 무관하게 나이순으로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45세 정년이라는 `사오정`이나 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이라는 `오륙도`라는 말까지 생겨났던 시기다. 시대가 바뀌어 2016년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과 공기업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된다. 60세 정년 의무화는 노사 문제를 떠나 사회ㆍ경제적 관점에서 절대적인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본의 아니게 `유흥계급(leisure class)`으로 전락할 고령자들을 재활용함으로써 노동인구가 실질적으로 증가하고, 경험 있는 노동력을 사회적으로 더 확보하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 근로기간 연장에 따라 국민연금 기여금이 증가하며 국가 재정도 안정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제도 정착 과정에서 형평성이나 효율성에 관련된 장ㆍ단기적 고용 문제들이 노출되면서 높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자칫 경제 성장 정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퇴직 연령은 현재 평균 53.7세에 불과하다. 모든 기업 근로자들이 60세 정년 혜택을 받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노조 영향력이 큰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정년 연장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나머지 기업들이 이를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제도를 무리하게 확대하다 보면 인건비 부담이 큰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고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기업들은 고령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청년 고용을 줄일 것이고, 정년이 먼저 적용되는 기업들에서 고용 환경이 상대적으로 개선되면서 이들 기업 입사지원율이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취업재수생들이 더 늘어날 것이고, 반면 정년 보장이 불확실한 중소기업들은 근로자를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적극적인 고용대책으로 60세 정년 의무화로 인한 고령자 고용만큼 청년 고용도 함께 늘려 나가야 한다. 현재와 같은 소극적 고용정책으로는 정년 의무화가 세대 간 갈등으로 전이될 것이다.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 완화뿐 아니라 법인세 인하, 공장입지 규제 완화, 창업 지원 등은 필수적이다. 둘째, 고령 근로자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중심으로 한 생산성 임금제도 적용이 보편화해야 한다. 기업 내부 비정규직이나 신규직 등 참신하고 능력 있는 청년들이 연공급 임금제로 인해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어떤 형태로든 차별하는 기업은 결코 성장할 수 없다. 셋째, 40대 이상 장년층에 대한 다양한 훈련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53세면 퇴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50세 근로자들에게 전직훈련은 전혀 유인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60세로 정년이 보장되면 5년은 더 근무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 훈련에 적극적일 것이다. 60세 정년 보장은 고령사회 노동시장을 개선하는 첫걸음이나 마찬가지다. 정년 보장 제도가 단순히 청년 근로자 일자리를 고령자들이 꿰어 찼다는 세대 간 충돌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이면서도 선제적인 고용전략으로 세대 간 상생이 가능한 고용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13. 6. 2 기고 <원문>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3&no=428872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