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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자유학기제 再考해야 - 이성호
	2013-05-30
중학교 자유학기제 再考해야 교육부가 28일 올해 가을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실시될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대한 시범운영계획을 발표했다. 현 정부의 핵심 교육사업인 자유학기제는 전 세계적으로 불과 몇 나라에서만 실시되는 제도로,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하다. 이렇게 낯선 제도를 도입하는 취지는, 학생들로 하여금 시험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키우며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게 한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 국·영·수 등 공통 과정이 줄어들고, 그 공백은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활동, 예술·체육 활동, 선택 프로그램 활동 등으로 구성된 자율과정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자유학기 중에는 중간·기말고사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시험 기간을 이 같은 진로 체험에 활용하게 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방안이다. ‘시험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꿈과 끼를 키워주자’는 취지 자체는 공감할 만하다. 탄력성 있고 유동적인 교육과정의 운영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러나 한 학기 전체를 진로 설계를 위해 다소 파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발상에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우선, 자유학기제는 자칫 공교육의 정상화를 저해할 수 있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현 정부 교육정책의 중요한 기저다. 박근혜 대통령이 종종 언급하는 ‘선행학습 금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곧 공교육의 정상화다. 그런데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학교교육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 중간시험도 기말시험도 없는 학기, 게다가 수업마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 학기를 나이 어린 중학생들이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공교육의 정상화가 가능할까? 물론, 교육부 장관은 “자유학기 동안 평가를 안 한다는 게 아니다”고 밝혔지만, 전통적인 평가 방식과는 다른 ‘수업평가’니 ‘핵심 성취 수준’이니 하는 장치들이 학생들의 학업을 어느 정도로 동기화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더욱이 자유학기제를 공교육의 파행과 공백이라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력 저하를 우려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면 그 폐해는 막심해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거의 90%에 육박한다. 고졸자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 진학에 직결되는 교과교육을 줄인다고 하면 다수의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느낄 것이고, 이는 곧 사교육의 번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자유학기제의 실시가 사교육의 증가를 야기하는 상황이 온다면 교육부의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가 그토록 열정적으로 전파했던 입학사정관제가 결과적으로 사교육 시장을 키웠다는 오명을 쓴 채 퇴색해 가는 현상을 박근혜정부의 교육부는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학생들의 일생을 좌우할 진로가 불과 한 학기 동안의 교육 활동을 통해 모색되고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은 단견(短見)이다. 한 사람의 진로가 한 순간의 만남, 사건, 책 또는 계기에 의해 달라졌다는 아주 극적인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다. 대개 진로에 대한 모색과 결정은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자유학기 동안 진로를 모색하거나 결정하지 못한 학생들은 단순히 낙오자로 취급돼야 하는가? 대통령의 중점사업에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운 교육부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정부 부처도 관료주의적 위계질서보다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복리를 우선시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를 재고(再考)하는 자세야말로 존경과 신뢰를 받는 공복의 자질이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5. 30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529010739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