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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창의와 조작 구분해야 - 조희문
2013-05-15
영화, 창의와 조작 구분해야 ‘영화로 위장한 독극물!!’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다룬 동영상 ‘백년전쟁’은 악의적인 조작과 과장, 왜곡을 통한 조롱, 저주를 외친다. 대상은 현대사의 두 인물이지만 그들이 이끌었던 대한민국은 ‘나라도 아니’라며 대놓고 삿대질한다. 영상을 만든 것은 ‘영화작업’을 한다는 인물들이지만 그 속에 담을 ‘내용’을 우겨넣은 것은 편향된 역사학자들, 문화운동가들이다.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좌파 세력들의 문화 테러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그 같은 흐름에서 불거지는 또 다른 영상이다.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에 대해서는 여러 과정을 거친 결론과 평가가 나왔고, 46용사의 목숨을 앗아간 채 참혹한 모습으로 동강난 군함은 당시 상황을 증거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사건을 조작했다느니, 증거를 믿을 수 없다느니 하며 ‘합리적인 의문’인 것처럼 우긴다.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의 폭침 도발이 아니라며 막아서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최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잠시 소개된 이 영화는 유족들과 군 관계자들에게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 개봉하지는 않았고, 영화사 측은 최종적으로 마무리(편집)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모양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영화가 유례없는 성장기를 맞고 있다는 와중에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을 소재로 한 영상들이 점점이 섞이며 격앙된 구호를 외친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 ‘비념’,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다큐 잼―강정’, 4대강 개발 사업이 환경재앙을 부른다는 ‘모래가 흐르는 강’, 용산 철거민 사건을 다룬 ‘두개의 문’이 나왔고,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서는 ‘남영동 1985’ ‘26년’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같은 것들이 등장했다. 또, 판사에게 석궁을 쏜 어느 교수의 재판을 다룬 ‘부러진 화살’, 5·18 당시 현지에 출동한 군부대의 진압 과정을 다룬 ‘화려한 휴가’ ‘박하사탕’ ‘꽃잎’, 간첩 혐의로 체포된 송두율의 입국과 재판 과정을 다룬 ‘경계도시’ 1·2 부, 6·25 당시 충북 영동군에서 일어났던 피란민 사살 사건을 다룬 ‘작은 연못’, 비전향 장기수들을 영웅처럼 묘사한 ‘송환’ ‘선택’ 같은 경우들은 좀 더 전에 나왔다. 이들은 대체로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다. 객관적 사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밝힌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하지만 결론은 맞춘 듯 흡사하다. 정치와 기업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결탁하고, 법은 약자를 짓밟는 수단으로 둔갑한다. 미군과 국군, 경찰은 무자비하게 주민을 학살하는 살인마들이며, 주민은 오로지 선량하기만 하고, 개발이나 건설을 하려는 일체의 시도는 탐욕과 특권을 위한 음모로 묘사한다. 특정한 대상이나 과정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낼 수는 있다. 산업화·민주화를 거친 우리 사회는 다른 목소리를 수용할 만큼의 여유도 생겼다. 그러나 조작과 왜곡을 ‘다양성’이니 ‘표현의 자유’로 대우할 수는 없다. 선동을 노리는 영상들은 필요하면 이미지를 조작하고 상황을 과장한다. 처음에는 진실을 밝히는 다큐인 것처럼 홍보하다가 논란이 되면 사실과는 다르다며 말을 바꾼다. ‘백년전쟁’도 조작 논란에 휩싸이자 사실을 바탕으로 한 패러디라며 슬쩍 물러선다. 그러면서도 사과나 철회는 없다. 모든 영상은 편집을 거치면서 말하는 자의 의도대로 완성된다. 어떤 장면을 선택하며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인상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상도 조작과 왜곡이 얼마든지 가능한 이유다. 창의를 다루는 영화는 지켜야 하지만, 조작과 선동을 노리는 영상은 구분해야 한다. 문화 테러를 방지하는 일은 항암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 조희문 (인하대 교수·영화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5. 14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51401073137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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