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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低 역풍, 산업 경쟁력 강화 계기로 - 조동근
	2013-05-15
엔低 역풍, 산업 경쟁력 강화 계기로 지난해 11월 17일 향후 금융정책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자민당 총재는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찍겠다”고 공언했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고 말해 ‘헬리콥터 벤’으로 불린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압도한 것이다. 그는 ‘3개의 화살’로 ‘과녁’을 정확히 쏘아 내겠다고 공언했다. 3개의 화살은 잘 알려진 대로 ‘금융완화, 재정 확대, 성장동력 확보’다. 과녁은 2%의 인플레이션으로 상징되는 ‘디플레이션 탈출’이다. ‘아베노믹스’는 정확한 목표 설정과 일사불란(一絲不亂)한 정책 수행으로 ‘극적’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우리 정책 당국의 아베노믹스 비판은 크게 두 방향이다. 첫째, 인위적인 ‘엔저(低)’는 이웃 나라를 곤궁에 빠뜨리는 ‘근린궁핍화 정책’으로 통화전쟁을 유발한다. 둘째, 풀린 돈이 기업 대신 증시로 몰려 ‘자산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 ‘아베노믹스 실패론’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베노믹스를 촌평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엔저가 이미 우리 수출시장에 먹구름을 짙게 드리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엔저에 대해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역수지 흑자 대폭 감소 등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던 위기의 순간에 늘 ‘엔저’가 자리잡고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995년 5월(평균 엔화 환율 100엔당 918원)부터 1997년 2월(704원)까지 ‘원’은 ‘엔’에 비해 30% 절상됐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4년 1월(1059원)부터 2007년 7월(755원)까지 ‘원’은 무려 40% 절상됐다. 엔저가 실물위기를 가져온 주요 요인이었던 것이다. 최근 아베노믹스로 다시 엔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엔 환율은 전고점인 지난해 6월 100엔당 1469원에서 올 4월 1148원으로 급락해 원화가 28% 절상됐다. 실물위기 요인이 잠복해 있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엔저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다. 맞불놓기 식으로 우리도 양적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원화는 국제통화로서의 위상이 낮아 양적완화를 해도 해외자본이 원화를 바구니에 담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행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양적완화를 하는 미국, 일본과 달리 기준금리가 영(零) 퍼센트 수준에 있지 않기 때문에 금리조정 여력을 갖고 있다. 2.5%의 기준금리를 더 낮추는 것도 방법이지만 단순히 돈을 더 푸는 것은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추경편성도 대증요법과 다름없다. 외교적 경로를 통해 일본에 엔저 자제 요청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통해 ‘엔저의 당위성’을 국제적으로 설득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더 이상 거칠 것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더욱이 국내적으로 지지도 상승에 취한 아베 총리가 경청할 리는 없다. 마지막 선택지이자 근본적인 대책은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여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제품 차별화, 고부가가치화와 수출시장 다변화 등의 대응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엔저의 파고를 넘기는 어렵다. 그리고 내수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요구된다. 정부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엔저 대책을 세우면서 한편으론 인기 영합적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책 엇박자가 아닐 수 없다. 아베노믹스의 엔저는 돌발적인 역풍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오일쇼크,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강해졌다. 엔저를 오히려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비행기도 역풍에 이륙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3. 5. 14 포럼 <원문>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3050653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