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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有害물질 배출 과잉징벌, 立法 과오다 - 연강흠
	2013-05-09
有害물질 배출 과잉징벌, 立法 과오다 유해(有害)물질 유출사고로 중대한 피해를 일으킨 업체에 대해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최대 5%까지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해 화학물질 관리법 개정안’이 7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기업 매출액의 50%로 시작한 과징금 상한액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전체 매출액의 10%로 낮춰 원안을 만들었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별 사업장 매출액의 5%로 더 낮춘 것을 본회의가 즉시 통과시킨 것이다. 단일 사업장의 경우는 그보다 더 낮춰 매출액의 2.5%로 했다. 과징금은 위반행위의 종류, 사업 규모, 위반 횟수에 따라 금액의 50% 범위에서 가중 또는 감경할 수 있다. 화학사고에 따른 업무상 과실치상죄도 ‘10년 이하 금고나 2억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 이렇게 징벌 수준을 낮춰 이 개정안을 처리하다보니 원안이 무력화돼 기업에는 별로 부담이 안 된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도입하려는 기본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숫자만 조정해 국회가 재계의 이유 있는 항변을 무마하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개정안은 다른 안전사고 관련 법과의 법적 형평성에서도 과다한 징벌이다. 지난해 하반기 경북 구미의 불산 누출 사고에 이어 올해에도 유사 사고가 잇달아 발생, 유해물질 누출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다. 그러나 정치권이 유해물질 누출 우려를 과다한 과징금으로 해결키로 하면서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3.3%임을 감안하면 5%의 과징금만으로도 영업이익 모두를 내도 모자랄 판이다. 이 개정안이 아무리 좋은 동기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악법(惡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헌법은 과잉금지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설령 기업에 경각심을 일깨워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엄청난 과징금의 가능성을 선언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이 개정안이 작동하면 기업에는 위협 요소가 된다. 게다가 행정처분과 재판이 공정성 시비로 이어지면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소송 남발 등으로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도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비도덕적이고 반(反)사회적인 행위가 반복되지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유사한 부당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으므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면 걱정할 것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의성이나 중대과실이 없음에도 기업이 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언제든지 그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감 때문에 기업의 투자 의욕은 위축된다. 장기적으로는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대안도 고려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고용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기업을 과다하게 징벌해 부작용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국회는 즉시 법률 재개정으로 원상복귀해야 한다. 그 전에라도 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지 않도록 집행기관은 법률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유해물질 배출 기업의 노후화된 설비 보수·교체와 작업장 안전관리에 대한 지원 대책을 당장 마련해 유해물질 누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를 위해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이 중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다고 혼내 주고 으름장 놓는 것으로 유해물질 누출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설령 막는다 하더라도 해당 산업의 침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국회도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5. 9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5090103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