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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등생 인생들이 어찌 고단한 청춘을 알까? 모르면 말을 말어 - 남정욱
	2013-05-09
우등생 인생들이 어찌 고단한 청춘을 알까? 모르면 말을 말어 책 한 권으로 낙양의 지가를 올린 한 교수님은 요즘 심기가 편치 않다. 청춘의 아픔을 들쑤셔 위로라는 걸 하긴 했는데 실은 별 내용이 없고 대략 공자님 말씀인 데다 듣고 나면 오히려 짜증이 난다는 비판 때문이다. 내가 왜, 뭐. 강의실에서 울화를 토로했더니 학생 하나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선생님,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대요. 울화, 십분 이해한다. 책 팔아 돈 버셨으면 됐지 마음까지 얻으려 드세요 하는데 기분 상하지 않을 사람 없다. 그러나 비판의 요지는 챙겨야 한다. 한동안 청춘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명사들이 지방을 돌았다. 소생, 살짝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저들이 청중을 정말로 이해하고 있을까. 무사 평탄 모범생 우등생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속칭 지잡대생들의 자기 모멸과 불면의 밤에 기울인 소주잔의 무게를 헤아릴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그들은 진짜 아픈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소생은 감히 단정한다). 그래서 결국 해준 말도 스스로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네 자신뿐이라는 참으로 서울대스러운 발상이었을 뿐이다. 어떤 강연이 가치가 있으려면 다른 곳에서는 쓸모가 없는, 청자(聽者) 특화된 것이어야 한다. 아니라면 골절환자, 자상환자 가리지 않고 모조리 빨간약으로 발라 때우는 의사와 다를 바가 없다. 대선 전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대선 주자들을 소재로 삼은 적이 있다. 스피드퀴즈 코너였는데 안철수 의원 역을 맡은 개그맨은 청소년기에 한 번쯤 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라는 문제에 음, 전국 수석? 이라고 답한다. '빵' 터진다. 사회자가 당황하며 추가설명을 한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약간 부정적인 거 했더니 고개를 갸웃하고는 그럼 전국 차석? 이라고 대답한다. 폭소가 폭죽처럼 터진다. 답은 가출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악의적인 여당 지지 방송이 아니었다. 박근혜 후보도 사정없이 밟았으니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작가, 안철수 의원의 본질 하나는 정확히 뚫고 있었다. 청년 대상 강연이 들어왔다. 조건을 걸었다. SKY 및 사회 통념상 그에 상응하는 학력을 가진 경우 강연장에 들이지 말 것. 역차별이냐고? 아니다. 배려다. 입시가 지옥인 건 맞지만 그걸 체험하는 학생은 10% 미만이다. 입시를 접은 아이들에게 고3 일 년은 너무나 한가하다. 입시를 지옥으로 겪고 이른바 명문대학 타이틀을 딴 아이들,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 사선(死線)을 넘은 친구들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그런 걸 넘은 기억이 없다. 그들을 모르고 당연히 해 줄 말도 없다. 그들에게는 필요한 선배와 멘토가 따로 있다. 소생은 강연에서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가 서류 전형에서 매번 떨어지는 이유를, 지원서를 아무리 보내봐야 발송비만 날린다는 사실을 매우 친절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 줄 예정이다. 아울러 낙관과 독기라는 두 개의 비수를 갈고 닦는 법에 대해서도. 그럼 뭐 엄친아는 청춘에게 아무런 발언도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까. 더더욱 필요하다.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아이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공부도 재능이며 여러분은 많이 받고 태어난 사람들이며 그러니까 그 복(福)을 어떤 식으로건 사회에 환원하라 말해주는 것이다. 경험 밖의 일, 안다고 하면 사기고 모르면 입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모르면 말을 말어."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일보 2013. 5. 4 남정욱 교수의 명랑笑說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4/19/20130419014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