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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공단 斷電(단전) 재촉하는 北 적반하장- 유호열
	2013-05-08
개성공단 斷電(단전) 재촉하는 北 적반하장 개성공단이 잠정폐쇄된 후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개성공단이 파국을 맞게 된 것은 한국과 미국의 책임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파국이 두렵거나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려면 자신들을 향한 모든 적대행위와 군사적 도발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현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거나 예의 생떼를 씀으로써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의 전격적인 가동 중단은 북한의 주장대로 한국에 엄청난 피해를 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대로 개성공단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모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중단돼야 하는데, 이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북한 스스로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고 남북한 불가침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한 마당에 정상적이고 방어적인 군사훈련마저 중단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3차 핵실험 이후 스스로 핵무력을 강화할 것을 천명하고 지금 이 시간에도 핵물질을 지속적으로 추출하고 있는 북한을 향한 적대행위를 중지하라는 요구는 어불성설(語不成說)이다. 한국 내부에서 극소수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과 집단을 제외하고 북한의 그 같은 무모한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협박에 굴복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개성공단 폐쇄 책임을 한국에 전가(轉嫁)하며 대남 비난과 위협을 지속하고 있음은 공단 정상화에는 뜻이 없음을 더욱 분명히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처럼 공단 폐쇄의 결단을 내린 배경과 목적은 북한 지도부의 정책 역량 부족이나, 아니면 북한식 합리성이 한계에 부닥친 결과일 수도 있다. 지난 1년여 동안 김정은 정권의 정책 행보는 갈지자로 종잡을 수가 없다. 지난해 2·29 미·북 합의를 보름 만에 뒤집고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를 쏘아올리는가 하면 주민경제 발전을 강조하면서도 핵 개발을 지속함으로써 스스로 경제 발전의 동력을 훼손하고 말았다. 50년 전의 군사·경제 병진정책과 마찬가지로 경제와 핵무력의 병행 추진 전략은 이뤄질 수 없음이 너무도 자명하다. 평양을 현대화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놀이공원, 슈퍼마켓, 심지어는 철판구이 불 쇼까지 연출하면서도 만성적인 식량난과 외화난, 그리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장마당 물가를 통제하지 못해 대다수의 주민은 헐벗고 굶주린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멀쩡한 농장을 승마장으로 개발하고 맨땅은 보기 싫으니 잔디를 입히라는 생뚱맞은 지시처럼 개성공단에 대한 느닷없는 통신·통행 차단 조치로 야기된 현 사태의 전말을 보면 3대세습 왕조의 모순이 극에 달함으로써 북한식 합리성도 이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북한이 개성공단의 폐쇄를 이미 결정했다면 개성공단 정상화에 일말의 미련을 두고 미적미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며 더 큰 피해를 키울 우려가 있다. 백번 양보해서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대화에 나선다고 해도 막상 개성공단에 다시 진출할 기업이 얼마나 될 것이며, 북한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전에 어떻게 기존의 조건보다 더 매력적이고 안전한 경영 환경이 마련될 수 있겠는가. 결국은 기업 운영을 우리 정부가 막대한 국민의 세금으로, 그것도 한시적으로밖에 보장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조건에서의 정상화라면 현 단계에서 손절매(損切賣)하는 게 낫다. 입주 기업의 완제품과 원부자재의 반출 협의는 마지막까지 협상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단전·단수(斷電斷水) 역시 불가피한 수순이 될 것임을 각오하고 준비해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의 시설과 장비를 임의로 처분하거나 공단 지역에 또다시 군부대를 주둔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차분히 대응하면 된다. 유호열 (고려대 인문대 교수·북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3. 5. 7 칼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5070103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