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 바른사회 칼럼
경제민주화가 有錢有罪여선 안된다 - 조동근
2013-04-18
경제민주화가 有錢有罪여선 안된다 현 정부의 첫 경제장관회의가 한 일은 올 예상 경제성장률을 3.0%에서 2.3%로 하향 조정한 것이었다. 국세도 올 들어 3개월 동안 지난해에 비해 4조 원이 덜 걷혔다고 한다. 세수(稅收) 부족이 느닷없이 찾아온 복병일 수는 없다. 경제가 잘 돌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은유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제민주화 봇물에서 ‘숨겨진 기회비용’을 읽어야 한다. 지난해에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온갖 규제를 쏟아낸 터이다. 기업의 손발이 묶이고 경기 흐름이 끊기고 성장동력이 떨어졌다. 그리고 기업인은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졌다.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은 지난해 7월 새누리당에 의해 발의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일정 금액을 넘는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가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요지다. 현재 이 법률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1호 법안은 그 자체로서 ‘상징성’을 갖는다. 법안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반대 방향’으로의 영향력을 사실상 끼쳤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반대 방향은 ‘유전유죄’이다. 업무상 배임죄는 보편적 법률이 아니다. 배임죄를 도입한 독일과 일본도 나름의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독일은 증권거래법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기해 형법의 배임죄와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일본은 손해를 끼칠 의도가 명백한 ‘목적범’으로 배임죄를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작위와 부작위가 모두 배임으로 처벌받을 수 있어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상업 세계에서의 사업은 단순한 도상(圖上)계획이 아니다. 실패하는 순간 투자한 것은 모두 ‘매몰비용’으로 사라진다. 성공 확률이 10%라면 성공 금액이 최소 10배 이상 돼야 투자할 가치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결과적 실패’를 배임으로 몰아간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성공 확률을 극대화’하는 것은 안주로, 안주와 혁신은 양립할 수 없다. 기댓값을 크게 하는 것이 기업인의 역할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배임으로 몰릴 수 있다. 총수의 구속으로 장기 경영 공백 상태에 빠진 SK와 한화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아직도 회복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경영상의 손실’은 법망을 피해가는 재계의 방패로 여겨졌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평가는 이 같은 비난 여론이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 가치의 증발은 주주는 물론 국민경제적으로도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정 기업인의 처벌은 향후 여타 기업인의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 책임지는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탈(脫)한국’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에서 관련 그룹의 반박논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법리를 기계적으로 적용해서인지, 아니면 정말 개인적으로 회사 돈을 착복하려 했는지를 ‘합리의 원칙’에 따라 다시금 판단해야 한다. 국회 정무위는 재벌 등기임원의 연봉을 ‘인별’로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주주의 통제와 감시를 강화해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분이지만 일반 국민이 주주는 아니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에서 한다지만 문화가 다르다. 2011년도 애플사 팀 쿡의 연봉은 4000억 원이 넘는다. 위화감만 조성될 뿐이다. 법치의 법은 ‘공정한 행동준칙’을 공식화한 것으로, 일반 원칙으로서의 ‘자유의 법’이다. 법은 어떤 경우라도 ‘특정 계층’을 겨냥해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에 기반한 일련의 법 적용은 ‘유전유죄(有錢有罪)’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법 앞의 평등은 절대명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3. 4. 18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41701033937191001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