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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중앙은행 독립은 중요하다 - 오정근
	2013-04-09
그래도 중앙은행 독립은 중요하다 최근 청와대·정부·여당의 잇단 금리인하 요구 발언에 대한 논란이 적지않다. 물론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은 투자·소비·수출 등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는 경제 상황을 고려한 정책 최고책임자로서의 고충어린 조언으로 이해된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고 소비 증가율도 반토막이 났다. 지난 1~2월 중 0.6%에 그치고 있는 수출증가율은 엔저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마이너스로 추락할 가능성도 크다.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9분기 연속 전기 대비 제로 퍼센트대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총수요가 위축되니 3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를 기록, 지난해 6월 이후 연속 10개월째 한국은행 물가목표 하한선 2.5%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확장적 재정 통화정책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나온 당·정·청의 금리 관련 발언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독립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한은(韓銀)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급기야 지난 5일에는 경제금융상황을 점검하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한은 총재가 불참하는 일이 벌어졌다. 통화정책은 한은이 독자적으로 결정하지만, 그 연구는 당연히 한은 독점물은 아니다. 학계나 연구원에서 자유로이 연구하고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직·간접으로 바람직한 통화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압력으로 비칠 수도 있는 통화정책 발언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은행의 윤전기로 돈을 찍어서라도 디플레이션을 잡겠다고 한 발언은 장기침체 일본 경제의 회생을 위한 충정이라는 관점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결코 바람직한 발언은 아니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1992년 12월 당시 엘런 그린스펀 연준의장과 단독 오찬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재정적자가 축소돼야 저금리가 가능하다는 그린스펀의 조언을 받아들여 국내총생산(GDP) 5%에 육박하던 재정적자를 1997~2000년 중 흑자로 돌렸다. 그 결과 저금리 여건이 마련돼 ‘대안정’이라고 불리는 미국사상 최장의 성장기를 구가했다. 이처럼 선진국의 중앙은행 독립성 보장과 존중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중앙은행 독립성도 역사적 진화의 산물이다. 미국 학자 빌 로저스는 ‘인류의 위대한 3대 발명은 불·수레바퀴·중앙은행’이라고 할 정도다. 중앙은행은 돈을 발권하기 때문에 독립성이 약한 경우 정치에 휘둘려서 종국에는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중앙은행의 장(長)은 임기를 보장하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완전히 독립된 위원회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은도 오랜 투쟁 끝에 감독 기능을 내주는 아픔을 겪으면서 오늘날의 독립된 위상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 역시 국민에 대해 책임도 져야 하고 정부 정책과의 조화도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장치를 두고 있다. 한은은 총재·부총재·금통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에게 금통위원 추천권도 주고 있다. 연 2회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발간, 국회에 보고해야 하고, 물가안정 목표는 정부와 협의, 결정해야 하며 재정차관·금통위 열석발언권도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금통위가 완전히 중립적으로 결정토록 하고 있다. 한은도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금리 결정이 뒷북친다는 얘기를 더 이상 들어서는 안된다. 정확하고 세밀한 경제 전망을 토대로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 불필요한 논쟁이 나오지 않게 함은 물론 국민이 경제정책 최후의 보루(堡壘)로서 가장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중앙은행으로 거듭나야 한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4. 9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4080107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