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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財源대책 아랑곳 않는 立法 포퓰리즘 - 양준모
	2013-03-29
財源대책 아랑곳 않는 立法 포퓰리즘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2012년 법안 비용 추계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 제출된 법안을 이행하려면 5년 간 약 622조(兆) 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세 징수 실적에 비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소요 재정의 규모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 내용과 재정 운용 시스템에도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2∼2016년 국가 재정운용 계획’에 따르면 계획 기간 중 재정수입은 연평균 6.3%가 증가하고, 재정지출은 연평균 4.6%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이 매우 낙관적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미 2012년 국세수입은 전망치 205조8000억 원보다 2조8000억 원 적은 203조 원에 그쳤고, 잠재성장률도 하락하고 있어 재정 운용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재정지출 중에서 의무지출이 같은 기간에 연평균 7.3% 증가해 2016년에는 재정지출의 51.6%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법정 의무지출을 증가시키는 법안이 양산되고 있으며, 그 내용도 선심성 지출인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은 말로는 국가 재정위기를 걱정하지만 각종 비용을 유발하는 법안을 양산하면서도 재정수입을 확충하려는 노력은 외면하고 있다. 일부 소신 있는 국회의원들이 중장기 재정 위험요소를 우려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의해 제출된 법안도 정부 또는 각 중앙관서의 장(長)이 의무지출 또는 재정수입 감소를 수반하는 법률안 또는 법령안을 입안하려 하는 때에는 규제하고 자신들이 만드는 법안은 거의 규제하지 않고 있다. 사실 제17대 국회나 18대 국회에서 정부보다 국회의원들이 비용을 유발하는 법안을 더 많이 제출했다. 국회법 제79조의2(의안에 대한 비용추계 자료 등의 제출)에 따르면, 예상되는 비용에 대한 추계서를 법안과 함께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 추계서를 첨부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이 있어, 비용에 관한 합리적인 판단을 어렵게 한다. 더욱이 법안 등의 비용 대비 효과의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무하다. 현재 국회 예산정책처는 의원이 발의(發議)한 재정법안의 비용을 검토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 비용 추계 업무를 수행하는 인원은 모두 14명이다. 이 가운데서 행정요원과 과장을 빼면 실제로는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2012년에 이들이 작성한 법안 비용 추계서는 659건으로, 이를 근무시간으로 단순 평균하면 1건의 법안을 한 사람이 겨우 32시간 정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법안의 비용만을 추계할 뿐, 효과 등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법안 비용 추계 사례’ 보고서에 나타난 주요 법안만 보더라도, 임산부 문화이용권 지급법안, 기초노령연금 급여율 인상 법안, 70세 이상 가입자 틀니 및 보청기 보험급여 법안, 농어업인 부채 경감 법안, 사회 서비스 품질관리 법안, 학교급식법 개정안, 비혼 가정 양육비 지급 법안, 지역문화 진흥 법안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법안들이다. 우리 경제가 지난 6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는 언론의 지적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의 쓰임을 바로잡아야 한다.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재정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재정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게을리하게 해서도 안 된다. 복지 포퓰리즘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포퓰리즘도 경계해야 한다. 정치권도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해 미래 창조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정경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3. 28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32801073137191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