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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구조 개선, 費用 최소화해야 - 김정호
2013-03-21
유통구조 개선, 費用 최소화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 행보는 시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최근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한 그는 유통단계를 줄여 물가를 낮추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좋은 생각이다. 복잡하고 낙후된 유통단계는 많은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비싼 값을 치러야 하고, 산지의 농민은 농민대로 제값을 받기 힘들어진다. 또 값이 비싼 만큼 소비도 위축된다. 유통단계 축소가 바른 접근인 것은 사실이지만 새 정부의 첫 과제로는 좀 느닷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유통단계를 줄이려는 노력은 40여 년 전인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노량진수산시장 같은 것들이 모두 유통단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런데도 중도매인 제도 같은 복잡한 구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직거래(直去來)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엄청나게 큰 직거래장터를 설치한 후 모든 농산물을 갖다 놓고 농민들이 직접 팔게 한다고 해보자. 소비자들도 모두 이 직거래장터로 와서 농산물을 사야 한다. 그러면 농민과 소비자가 모두 좋아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아마도 이 시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고, 어떤 농민이 믿을 만한지 알 수가 없어서 소비자들은 우왕좌왕할 것이다. 어떤 농민은 모자라서 못팔고 어떤 농민은 팔지 못해 버려야 할 것이다. 농사보다 파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할지 모른다. 농산물의 종류와 품질이 얼마나 다양한가. 소비자의 취향 또한 매우 다양하다. 그러다 보니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시키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간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 간 노력했는데도 유통구조는 여전히 복잡한 채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나마도 제법 성공한 것이 대형 마트들이다. 그들은 계약재배 등의 방법을 통해서 진작부터 농민들과 직거래를 해왔다. 이마트는 논산의 영농법인인 팜슨을 아예 위탁경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역별 직거래협의회와 힘을 합쳐 로컬푸드, 즉 현지 생산물을 위한 상설매대를 운영한다. 따지고 보면 대형마트의 경쟁력은 유통단계의 축소에서 나온다. 그런데 직거래로 성공한 대형마트는 묶어 놓고 새삼스럽게 직거래를 하자 하니 어리둥절해진다. 어쨌든 새 대통령의 관심을 계기로 유통단계가 더욱 줄어서 농산물 가격이 낮아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복잡한 유통구조로 먹고 사는 상인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다. 유통단계가 줄어들수록 기존 영세상인들은 일거리를 잃을 것이다. 그들의 반발 때문에 대형 마트를 규제하고 있는 터에 유통단계 단축을 더 이어나갈 수 있을까? 아무튼 직거래는 경제민주화와는 정면으로 충돌한다. 기존 상인들의 저항을 돌파할 각오를 해야 유통단계를 더 줄일 수 있다. 유통단계 축소의 구체적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생활협동조합이 대안(代案)으로 떠오르지만 현실성이 없다. 생협은 취향이 매우 비슷한 소수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할 때, 그리고 직원들이 사회운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낮은 임금을 감수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생협이라 해도 수십, 수백만 소비자를 상대로 하고, 보통의 근로자들을 고용하게 되면 관리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대형 마트 같은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직거래는 유통에 있어서 유토피아 같은 존재다. 그것만 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직거래를 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비용이 들 때가 많다. 오히려 가격이 더 높아질 수도 있고, 엄청난 재정 투입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유토피아를 세우려 하기 전에 왜 현실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바른 순서 아닐까.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3. 21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32001073937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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