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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 불감증' 핵무기 못잖게 무섭다 - 성재호
2013-02-19
'北核 불감증' 핵무기 못잖게 무섭다 19일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꼭 1주일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조용하다. 아니,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완전히 잊은 듯하다. 전 세계 언론이 취재 경쟁을 벌이고, 국내 방송사 뉴스마다 헤드라인 뉴스로 내보냈지만 주식시장도 큰 변동이 없었다. 북한의 핵실험이 탄두로 바뀌어 우리에게 날아오더라도 이렇게 평온할까…. 가히 ‘북핵(北核) 불감증’이라 할 만하다. 북한의 이번 3차 핵실험은 진도 4.9에 해당되는 인공지진파가 전국 모든 계측소의 지진계에 잡혔다. 이는 북한의 2차 핵실험 때에 비해 4배 가량 커진 규모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절반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이 갖는 의미는 핵무기의 실전 능력을 테스트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초보적 수준에 마물렀던 1, 2차 핵실험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핵실험 성공을 기반으로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할 경우, 대한민국은 그 1차적 피해자로 직접적인 인적·물적 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제반에 걸친 간접적 피해가 영구적일 수 있다. 우리는 과연 그만큼의 위험성과 절박성을 인식하고 있는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어느 정당은 북한의 핵실험 자체가 가져올 위협과 위험은 외면한 채 오히려 남북관계의 경색을 질책하는 논평을 내놨다. 원자력 발전이라는 생활 필수적 시설에는 극단적 반발을 보이면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원인적 처방이 아닌 정치적 견해로 비껴가는 이중성을 극명히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많은 국민이 북한이 핵실험을 한 사실을 접하면서 그 위험성과 의미를 체감하는 게 아니라, 수동적 인식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북한은 핵 개발을 위해 11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나 되는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餓死) 지경에 빠진 주민들의 생존이 경각에 달렸음에도, 북한 당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권을 위한 핵 개발에 몰두해 왔던 것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북한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7억6000만 달러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당국의 혈맹인 중국과의 교역도 엄청난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이 외화를 가득할 수 있는 통로가 정상적인 과정에서는 더 이상 없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한 해 동안 남북교역을 통해 1억77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그 가운데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에 파견한 근로자를 통해 챙긴 현금 9000만 달러가 포함돼 있다. 핵 개발에 투입된 비용의 실체를 미뤄 짐작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과거 어느 정치인은 대북(對北) 지원을 선(先)투자의 개념으로 언급한 바 있다. 정상적인 관계와 선의의 상호성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분석과 전망이 논리적·객관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파탄난 상태에서도 국가가 존재하는 본연의 기능인 주민의 안전과 복지는 외면한 채 체제 유지를 위해 엄청난 비용을 퍼붓고 있는 북한 당국에 대해서는 그러한 분석이 결코 옳은 게 아니다. 일각의 인식이 그러한 분석을 넘어 ‘스톡홀름증후군’에까지 나아간 것이라면, 처방은 국민의 의식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국민이 냉정한 자세를 보여야만 정치인들 또는 선동가의 북한 관련 스톡홀름 증상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외교적·경제적 압박 조치도 문제 해결책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이 드러났다. 보다 본질적인 것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라는 사이렌을 듣고, 그 응급성을 직시하는 국민의 정확한 상황 인식이다. 국민의 ‘북핵 불감증’은 북한의 핵무기 못지않게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은 훈련용 경보가 아니라 실제상황이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2. 19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21901073137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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