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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사다리’ 걷어차기 - 김정호
2013-02-12
‘성장의 사다리’ 걷어차기 동반성장위원회가 최근 프랜차이즈 형태의 빵집과 식당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제 당사자들은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하기 어렵게 됐다. 실질적으로 현상 유지만을 강요받는 사업가들이 사업 의욕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조치가 새 정부의 복심을 반영한 것인지 궁금하다.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으로, 다시 대기업으로 클 수 있는 성장의 사다리를 놓겠다는 것이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이었다. 아쉽게도 이번 조치는 그러한 비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새마을식당, 파리바게뜨처럼 규제의 대상이 된 기업들을 생각해 보라. 식당으로, 빵집으로 성공해서 이제 겨우 본격적인 중소·중견기업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는데, 경쟁력이 크다는 이유로 손발을 묶었으니 빈약한 성장의 사다리마저 걷어차 버린 셈이다. 빵집 주인들, 식당 주인들은 누구나 다 알아챌 것이다. ‘아~, 사업을 너무 열심히 하면 안되는구나!’ 이제 사업을 키워 중소기업으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려는 소상공인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더욱 걱정인 것은 새로운 상인들의 진입을 막는 데로까지 정책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벌써 동반성장위가 제과협회에 베이커리 인증제도를 권고했다. 이로써 협회의 인증을 받은 사람만이 새 빵집을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존 빵집들은 좋겠지만, 새로 빵집을 내려는 파티셰들 중에는 협회의 인증을 받지 못해 포기해야 하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의 서비스업이 농업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수십년 간 농업을 보호한 덕분에 농민들의 일자리는 보호할 수 있었지만, 농업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다. 농산물 값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버렸는데, 농업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이 그렇게 돼 가고 있다. 동네빵집과 동네식당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청년이 얼마나 되나? 발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현대화를 시작한 프랜차이즈들에는 젊은이들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서비스업도 얼마든지 국민경제의 주역이 될 수 있고, 일자리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희망적 징조였다. 그런데 동반성장위가 그 싹을 잘라 버리고 있다. 위원회의 이런 활동은 경제적 부작용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특히,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영업의 자유와 평등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 수백 개 가맹점을 둔 대형 프랜차이즈라 해도 각 가맹점은 영세한 자영업자들이다. 그리고 가맹점의 경쟁력은 본부의 경쟁력과 비례할 때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프랜차이즈 본부가 더 이상 신규 가맹점을 받지 못한다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 유통비 저감 노력 등의 의욕이 떨어지고 그 여파는 기존 가맹점들에도 미친다. 달포 전 200여 파리바게뜨 가맹점주가 동반성장위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국가가 같은 영세상인을 대규모 프랜차이즈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대우하는 건 헌법의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 동반성장위는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 등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은 ‘눈가리고 아웅’ 격이다. 위원회의 ‘권고’를 듣지 않으면 결국 강제조정에 들어가게 돼 있는데, 어떻게 순수한 의미의 민간 권고인가. 게다가 위원회가 진짜 민간 기구라면 더 큰 문제다. 민간 기구가 상인들 간의 경쟁을 제한하고 담합을 조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걸 보고 가만히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기도 하다. 영세상인·중소기업에 성장의 사다리를 놓겠다는 당선인의 약속은 옳다. 그러자면 성장에 성공한 기업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번 조치가 과연 그 정신에 맞는지 되새겨보기 바란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2.8 오피니언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20801073137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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