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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정책, 節制해야 성공한다 - 조동근
	2013-02-05
복지정책, 節制해야 성공한다 국민의 복지에 대한 욕구와 기대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그 근저에는 박근혜 당선인의 강력한 ‘복지 드라이브’도 일조했다. 복지는 국민의 당연한 청구권으로, 그리고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로 여겨지고 있다. 복지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그 이유만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기세다.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먼저, 그간의 복지 지출에 대한 잘못된 통계 해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복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교가 잘못된 것이다. ‘베버리지’식 복지정책을 펼치는 스웨덴은 조세로 모든 지출을 조달한다. 따라서 정부 지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 사회 보험료를 내고 급여를 받는 ‘비스마르크’식이기 때문에, 정부 지출만 갖고 OECD와 비교해선 안 된다. 복지 지출에 각종 비과세 및 감면 등 ‘조세 지출’을 더 해야 한다. 한편 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성장을 실현해야 한다. 성장이 ‘분배의 총량’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 ‘저성장의 구조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이래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실질성장률이 세계 성장률 평균을 웃돈 것은 단 2년(2008, 2009년)에 불과하다. ‘성장 페달’을 밟지 않고서는 복지를 실현할 수 없다. 복지 담론이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닫히게 해선 안 된다. 복지국가는 긴 호흡이 필요한 대장정이다. 그러나 당선인의 정치적 자산으로 인식되는 ‘약속의 정치’와 ‘완벽주의’가 되레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의사결정을 할 때 ‘지식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사결정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면 ‘약속의 정치’는 오히려 함정이 될 수 있다. 상황 변화에 따른 자기교정 능력, 즉 유연성이 중요하다. 또한 공약과 정책은 다르다. 공약은 ‘정책 방향’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이며 소요 예산은 ‘추진 범위’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당선인의 ‘완벽주의’로 정책 역량의 상당 부분이 예산 추계에 소진되고 있다. 로드맵을 만들어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중요한 건 방향이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듯이 일정 기간을 복지 공약 검토에 할애할 필요가 있다.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충돌되는 것은 재배치하고 불요불급한 것은 장기과제로 분류해야 한다. 개인의 자활 및 자조 의지를 훼손하는 프로그램은 축소 내지 폐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추가적으로 복지 확대를 약속해선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달 31일 당선인은 전국 시·도지사들의 간담회를 통해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을 덜어주고 부동산 취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 감소분도 중앙정부가 보전해주겠다고 했다. 부가가치세 중 지자체 몫인 지방소비세 비율을 현행 5%에서 20%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가계부채 대책’은 좁은 의미에서 복지 대책일 수 없다. ‘반값등록금 지원’이 ‘청년층 일자리 확대’보다, 그리고 보편적 노인기초연금이 4대 중증질환 국가 부담보다 더 급할 수는 없다. 저소득근로가구에 대한 근로장려금 형태의 세금 환급과 성실 납세 중소기업인에 대한 국세 감면 혜택도 비과세 감면 축소와 충돌한다. 증세 없이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설득적이지 않다. 우리는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당선인의 복지 공약 실천을 위해서도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약에 드리운 포퓰리즘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 복지와 성장이 균형을 이루고 성장잠재력이 확충돼야 복지는 지속가능하다. 복지가 절제(節制)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문화일보 2013. 2. 5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205010731371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