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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더 늦기 전에 폐기해야 - 이성호
2013-01-28
학생인권조례, 더 늦기 전에 폐기해야 선거법 위반으로 서울시교육감직을 박탈당한 곽노현 씨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지 1년이 지났다. 그가 복역중이라고 해서 그의 업적 전체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공정치 못하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과 교육계의 우려를 무시하고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그동안 ‘교실 붕괴’와 교권(敎權) 추락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학생들의 인권 신장을 명문화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학생인권조례의 개략적인 내용은 체벌 일체 금지, 강제적인 자율학습과 보충수업 금지, 두발 및 복장의 자유화, 수업시간 외 휴대전화 소지 허용, 학생 소지품 검사 제한, 학생들의 학교정책 결정 참여 등이다. 이러한 인권조례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는 훈육(訓育)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칫 학교의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학생인권조례를 지지하는 입장에 따르면, 훈육은 학생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고 통제하는 것 외의 그 어떤 교육적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 과연 그런가? 교육은, 학생들을 지적·정서적·신체적으로 건전하게 발달시킴으로써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규칙과 질서를 준수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들이 성년이 되기 전에 이러한 태도를 습득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곧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규칙과 질서를 지킨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개인의 욕구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훈육이다. 물론 훈육에는 외적인 통제가 수반된다. 그러나 이는 문자 그대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더욱이 훈육은 체벌과 동일한 게 아니다. 훈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외적 규제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름으로써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훈육은 학생들의 건전한 발달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좋은 교육과 좋은 환경만이 건강한 발달을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학생 스스로 발달해야 한다. 즉, 자기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해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 건강한 발달에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기관리 능력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자기관리 능력은 올바른 생활습관의 형성으로부터 길러진다.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 정경화 씨는 언젠가 언론과의 대담을 통해 훌륭한 연주자가 갖춰야 할 조건을 재능·지능·훈육의 세 가지로 들고 그 중에서도 훈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건강한 습관 형성을 통한 자기관리 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요약컨대, 훈육은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며, 훈육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관리와 사회 적응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훈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부모들도 가정에서 자녀들을 훈육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이처럼 중요한 훈육의 교육적 기능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다음으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인권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함으로써, 학교의 질서 유지를 어렵게 하고 다수 학생의 학습권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학교는 미성년자들의 교육과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 공동체다. 선진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의 규칙을 위반하고 질서를 문란케 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제재를 가한다. 공익을 위협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는 이러한 최소한의 제재마저 인권침해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자칫 소수 학생의 일탈 행동이 학교 전체의 질서를 파괴하고 다수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그 폐해가 더 커지기 전에 폐지돼야 한다. 신임 문용린 교육감의 결단을 촉구한다. 이성호 (중앙대 교수·교육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1. 28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12801033137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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