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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6~7만개 날려버릴 '원高' - 오정근
	2013-01-25
일자리 6~7만개 날려버릴 '원高' 미·유럽에 이어 日 중앙은행도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에 가담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에 타격 日과 경쟁 많은 한국, 특히 심각 경상수지 악화시키고 성장률 낮춰 글로벌 통화전쟁 대책 수립 시급 지난 22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종래 1%였던 물가 안정 목표를 2%로 올리고 이를 가능한 한 일찍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현재 101조엔 규모로 운용되고 있는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과 대출 프로그램을 물가 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좀 더 공격적으로 운용하게 될 전망이다. 일본은행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이어 글로벌 통화 전쟁에 가세한 것이다. 미국 연준은 2009년 1차 양적완화 정책을 필두로 올해 1월의 확대 3차 양적완화 정책에 이르기까지 약 3조1000억달러를 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도 2011년 12월부터 시작된 약 1조유로 규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에 이어 지난해 9월부터는 '전면적 통화 정책(OMT)'이라고 하는 무제한 단기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까지 가세하여 미국·유럽·일본의 세계 3대 경제권이 모두 무제한 돈을 풀어서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切下)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통화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진국들의 통화 정책이 다른 나라들의 소규모 개방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원화는 지난해 G20 국가 통화 중 달러화에 대해 멕시코 페소화에 이어 둘째로 크게 절상(切上·환율 하락)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원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가파르게 절상되고 있어 통화 전쟁의 충격이 더 크다. 특히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17일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아베 신조 당시 자민당 총재가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엔화를 풀겠다"며 양적완화 추진 방침을 밝힌 이후 급락하고 있다. 2011년 10월 1508원까지 갔던 100엔당 원화 환율은 지난 21일 1189.7원까지 급락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중 1000원 선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지난해 절상분을 포함해 1년 남짓한 기간에 원화는 엔화에 대해 무려 40% 내외나 절상되는 것이 된다. 한국은 자동차·전자·철강 등 많은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고 있어 엔화 대비 원화 환율에 특히 민감하다. 1년 남짓한 기간에 이 정도 큰 폭의 원화 가치 절상은 한국 기업에 수출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없애기 위해 현재 수준의 환율로 거래액을 고정하는 환헤지를 거의 하지 않는 중소 수출 업체에는 직격탄이다. 이 정도로 원화가 엔화에 대해 크게 절상되었을 때 한국은 언제나 경상수지 악화로 위기를 겪었다. 1995년 4월부터 1997년 2월까지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30% 절상되어 1995년 80억달러였던 경상수지 적자가 1996년에 230억달러로 확대되면서 1997년 외환 위기를 초래했다. 2008년에도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2004년 1월부터 2007년 7월까지 47% 절상되어 2004년 323억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가 2008년 1~3분기 중에는 33억달러 적자로 돌아선 가운데 미국 금융기관들이 투자 자금을 일시에 회수하자 외화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특히 2004~2007년 중의 지속적인 원고(高) 배경에는, 수출은 대기업이 주로 하므로 수출보다는 물가 안정이 중요하다는 반(反)대기업, 반(反)수출 정서도 한몫했다는 점에서 지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이번에도 과거 두 번 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정도의 원화 가치 절상이 짧은 기간에 일어나고 있어서 걱정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분을 대부분 소진하고 성장률도 1%포인트 이상 더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지 않아도 부족한 일자리가 6만~7만여 개나 날아가 민생 정부를 표방하는 새 정부에 타격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 최근 미국·일본·유럽 등에서 무분별한 통화 전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큰 타격이 예상되는 한국으로서는 아직 확실치도 않은 선진국 정책의 방향 전환을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금리 인하, 자본거래세 도입 등 자본 유입 급증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G20 회의 등 국제 공조 모색도 필요하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원화 고(高)평가가 꼭짓점에 이르면 다시 저평가로 돌아선다. 그동안의 고평가로 이미 경상수지는 악화된 가운데 그동안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던 외국 돈이 환차손을 우려해 일시에 빠져나가면 외화 유동성 위기가 초래된다. 이런저런 대책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 그 무렵에야 도입하는 실기(失機)가 있어서는 더욱 안 된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조선닷컴 2013. 1. 24 시론 <원문>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1/24/20130124011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