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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委員會공화국’…일몰제 도입해야 - 이창원
	2013-01-22
‘委員會공화국’…일몰제 도입해야 대한민국은 분명 ‘위원회(委員會)공화국’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현 이명박 정부까지도 정권 초기에는 위원회 정비 및 통·폐합을 외치다가 결국은 또다시 ‘위원회공화국’이란 별칭을 얻어내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초인 1998년 “전체 372개 위원회 중에서 행정위원회 30개와 기금 관련 위원회 22개를 제외한 320개가 정비 대상이며, 이 중 117개를 폐지하고 28개를 다른 위원회에 통합해 모두 145개의 위원회를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2월 자료를 보면, 정부위원회는 364개였다. 노무현 정부 역시 집권 초인 2003년에는 정비계획을 마련했지만, 정권 말인 2008년 2월 정부위원회 숫자는 무려 579개까지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노무현 정부를 ‘위원회공화국’이라고 비난하면서, ‘정부위원회 축소’를 43개 국정 핵심과제 중 두 번째로 올려놓기까지 했다. 하지만 2010년 431개로 줄었던 위원회가 2년 뒤인 지난해 6월 자료를 보면 505개로 다시 늘었다. 결국 어느 정권이나 임기 말이 되면 예외없이 위원회 숫자가 늘어나는 ‘임기말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고, 또 관련 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정책의 품질을 제고하고자 한다는 정부위원회의 순기능까지 무시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위원회는 사실상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식물위원회’ ‘유령위원회’ ‘휴면위원회’ 같은 별칭도 다양하지만, 회의도 열지 않는 위원회가 너무 많다. 2011년 기준으로 전체 499개 위원회 가운데 156개는 위원들의 출석 회의를 한번도 열지 않은 ‘휴면 위원회’였고, 그 중 45개는 문서상으로만 회의를 열었으며, 나머지 111개는 전혀 활동이 없었다. 정부 각 부처가 각종 위원회를 ‘우리는 외부 전문가나 각종 단체의 의견을 열심히 듣고 있다’는 홍보용이나 장식용 정도로 운영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정부위원회지만 2011년 정부위원회에 배정된 전체 예산은 2836억 원에 달하다 보니, ‘돈 먹는 하마위원회’라는 별칭까지 듣기에 이르렀다. 그 밖에, 필요하지도 않은데 특정인을 위해 만드는 ‘보은 위원회’도 있다. 즉, 정부위원회가 정책 아이디어와 전문가 의견을 모으기보다는 위원장이나 위원 직함을 정권 차원의 ‘보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사실상 이미 거의 확정된 정책에 거수기 역할이나 하라고 요구하는 ‘거수기 위원회’, 총리급이나 장관급 위원회라고 하면서도 대부분의 정부위원은 거의 항상 대리로 참석하는 ‘들러리 위원회’, 민간위원 구성을 보면 복수의 유사 위원회에 겸임이 다반사로 발생하는 ‘회전문 위원회’ 등 우리나라 정부위원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역기능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정부위원회의 기능과 활동을 명문화하고 회의록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보 공개가 의무화돼야 한다. 나아가 정부위원회를 정부감사 및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그 결과의 공개를 의무화해 매년 위원회 존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같은 법령을 근거로 복수의 정부위원회가 구성돼 있다면 당연히 우선적으로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위원회에 대한 ‘일몰제’를 적용해 위원회 설치 목적이 달성되면 일몰시한 이전이라도 위원회를 폐지해야 하고, 설치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적절한 추가적 위원회 활동을 통해 설치 목적이 달성될 것으로 판단되는 때에만 일몰시한을 제한적으로 연장해야 한다. 5년 뒤 이 지면에서 또 유사한 지적을 하지 않길 바란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정부개혁연구소 소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1. 21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1210107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