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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기업, 가난한 개인' 문제의 해법 - 양준모
2013-01-16
'부자 기업, 가난한 개인' 문제의 해법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1990년대 이후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이 선진국에 비해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됐음을 밝혔다. 언론에서는 이를 ‘부자 기업, 가난한 개인’ 현상으로 정의하고 성장 과실이 기업에 집중돼 중산층이 붕괴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은 찾기 어렵다. 우선, 이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자영업에서 찾고 자영업자를 돕는 정책을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자영업자의 1인당 영업이익 증가율은 1990년대 연평균 8.6%에서 2001∼2011년중 2.0%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취업자가 급증했다. 다시 경기 불황으로 생계형 창업이 증가했다. 시장은 별로 커지지 않고 경쟁만 치열해졌다. 이처럼 자영업이 어려운 건 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해 발생한 풍선효과에 기인한다. 또 다른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이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이자소득의 급감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실업자가 늘고 저축이 급감하게 됐다. 자산 가치 상승도 경제성장 둔화로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가계소득 증가에서 재산소득이 기여하는 정도가 현저하게 줄었다. 여기에다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의 문제가 가계부문 소득 증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도 정치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경제에 만연돼 있는 고비용을 회피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도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되면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 성장과 개인 소득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가. 첫째, 성장 전략은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개방경제라는 틀에서 마련돼야 한다. 내수를 지나치게 강조해 발생한 것이 외환위기였다. 수출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건 아니다. 보다 많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둘째, 국가 혁신 시스템을 재건해야 한다. 수출해서 제값을 못 받기 때문에, 수출해서 얻는 실질소득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환율을 지나치게 높게 유지해 인위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정책은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고 수출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술 혁신을 통해 수출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물가도 안정되고 내수도 확대된다. 셋째,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인력양성 정책은 도외시되고 고용정책만 강조돼 왔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력이다. 고급인력은 아직도 부족하다. 대학들이 필요한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넷째, 고비용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가계소득 중에서 교육·통신·교통에 지출하는 비용이 과거보다 현저하게 늘었다. 이제 세종시와 혁신도시로 인해 고비용 구조가 더 고착될 것이다. 국민부담률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이 고비용 환경에서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지금은 더 높은 임금보다도 더 많은 고용이 필요한 때다. ‘부자 기업과 가난한 개인’ 문제의 원인은 저성장에 있다. 경쟁력 있는 인력과 기술 혁신만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고, 그 과실은 개인으로 환류된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근시안적 대증요법으로는 우리의 당면 경제 문제를 치유할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양준모 (연세대 정경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3. 1. 16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3011601073937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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