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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憲法의 예산안 규정도 무시하는 국회 - 양준모
	2012-11-29
憲法의 예산안 규정도 무시하는 국회 자유민주주의는 불완전한 제도일지는 몰라도 견제와 균형 속에서 인류 공영에 이바지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렸다. 그렇게 지켜온 자유민주주의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솔선수범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국회가 그 근간인 헌법적(憲法的)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헌법 제54조는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2003년 이후 사문화됐다. 올해도 국회가 법정시한을 준수하기는 어렵게 됐다. 또, 헌법 제57조에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국회는 이에 아랑곳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약 12조 원의 증액을 요구했다. 그 예산으로 추진되는 사업의 대부분은 선심성이다. 제19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바로 차기 총선을 준비하는 양상이다. 정부의 예산안은 4%대의 경제성장률을 근거로 편성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의 요구대로 예산안이 된다면 국가채무는 더 증가할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국가 총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234%다. 국회가 정부의 예산 낭비를 막고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겠다며 개정한 국가재정법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증액을 요구한 사업들의 타당성을 따져 보기나 했는지 모르겠다. 재정적자를 통제해야 할 국회가 국가채무 늘리기에 앞장서는 격이다. 더욱이 국회법 제24조에는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서 성실히 수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예산심의에서는 12·19 대선을 이유로 국회의원들이 국회법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여야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공약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선거가 우선이고 민생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정감사까지 있었으니,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됐겠는가.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때 엄청난 자료만 요구하고 정작 국정감사장에서는 골프장 출입 여부 등만 질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정부 예산과 관련해 절묘한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두고 있다. 정부가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으며, 국회는 예산심의권을 가지고 있다. 예산편성권을 예산심의권으로 통제하고 이를 통해서 국회는 행정부를 통제한다. 원칙적으로 국회는 정부의 예산을 삭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국회가 이 원칙을 훼손하고 증액을 요구한다면 국회가 정부와 야합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부 예산이 늦게 확정되면 행정 공백은 물론이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미래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경제 활동을 위축시킨다.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예산안이 확정돼야 사업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권력이 헌법을 무시하고 예산의 견제와 균형 장치를 무너뜨리면 경제활동의 정치화가 초래된다. 경제적 타당성은 도외시되고 정치적 계산에 의해 사업이 추진된다. 국민은 도탄에 빠지고 정치권에 기생하는 세력의 배만 불린다. 국회의원들에게는 많은 특권이 부여된다. 이는 국회의원이 직무수행에 있어서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가운데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원은 어떠한 권력에도 대항해 민의를 대변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시켜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준수한다는 선서를 한 지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헌법도 잊었다. 정치권은 국민이 왜 정치쇄신을 요구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개혁의 모범을 보이기를 촉구한다. 양준모 (연세대 정경대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11. 29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29010731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