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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투표式 단일화는 새政治 역행 - 김민호
	2012-11-23
인기투표式 단일화는 새政治 역행 제18대 대통령 선거 후보등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아직도 신문이나 TV 뉴스들은 대선 관련 보도를 할 때 3자 대결 시, 박-문 대결 시, 박-안 대결 시, 문-안 대결 시 등과 같은 복잡한 조합들과 경우의 수를 나눠 대선 후보 지지율을 보도하고 있다. 대선이 무슨 노름판도 아니고 국민은 자기가 들고 있는 패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진화된 정치 현상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야당이 대통령 후보자를 공식적으로 선출한 이후에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편법적 절차를 다시 거치는 일이 종종 있어 왔다. 1997년에는 선거 40여 일 전 DJP 단일화, 2002년에는 20여 일 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있었다. 이번 선거 역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문제가 연일 이슈가 되고는 있지만, 정작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최종 후보가 될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제1 야당의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무소속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제1 야당은 대선에 정당의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이것이 정당정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국가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단일화를 할 거라면 하루 빨리 해서 국민의 혼란을 최소화했어야 했다. 단일화가 늦어질수록 정책 선거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생각과 공약이 완전히 일치한다 하더라도 갑작스러운 단일화는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밝혀진 것처럼 두 후보의 공약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21일 밤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두 후보의 방송 3사 생중계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정치, 경제, 사회, 통일·안보·외교 4개 분야에 대해 토론을 벌였는데 정치개혁이나 대북정책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일화 문제는 사람의 단일화뿐만 아니라 정책 조정을 통한 공약의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하자면 우선은 사람부터 단일화가 빨리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단일화는 안갯속에 갇혀 있다. 단일화가 늦게 되면 될수록 그만큼 국민이 후보에 대한 정책·이념 등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단일화 논의로 질질 시간을 끌다가 막다른 날에 후보를 결정짓게 되면 정책 공약이 아닌 인기와 바람으로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 두 후보가 외치는 ‘새정치’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인기와 바람몰이로 인해 정책 대결이 실종되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인기나 바람은 신기루와 같아서 그 실체는 금세 사라지고 미처 검증하지 못한 공약과 정책으로 인해 정책의 실패와 사회적 갈등만이 커지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와 밋 롬리는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때부터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될 때까지 일자리·성장·복지 정책을 놓고 심층 대결을 벌였다. 그 어느 때보다 골이 깊을 것으로 보이는 세계경제의 침체 속에서 차기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커다란 과제가 바로 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성장과 복지에 대한 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보다는 외려 더 곤두박질칠 수 있다. 이처럼 중차대한 정책에 대해 대통령 후보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정책의 장단점과 허와 실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 보고 비교해 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26일 뒤면 차기 정부의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검증은 해 보지도 못하고 여전히 후보자 인기도 조사에만 이목이 집중돼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개탄스러울 뿐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바른사회 사무총장) 출처 - 문화일보 2012. 11. 23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2301073937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