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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농성에 정치인은 빠져라 - 조동근
2012-11-19
비정규직 농성에 정치인은 빠져라 현대차 사태 법리적으로 풀어야 정치적 선동은 상황만 악화시켜 지난달 25일 안철수 무소속,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철탑농성 현장을 방문했다. 안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공감한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국민의 관심도 더 커지고 문제의식도 같이 공유하게 돼 문제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심 후보는 “대선 후보들이 나선다면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의 횡포를 내일 당장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다. 정치인이 대선을 앞두고 노동현안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1997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이회창 후보와 김대중 후보는 앞다퉈 기아자동차를 방문했다. “국민기업인 기아차의 제3자 인수는 절대 있을 수 없으며, 기아차 회생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들이 전해졌다. 기아자동차의 구조조정은 이렇게 실기(失期)했다. 기아차 사태를 경제논리로 풀지 못한 것이 그 해 말 외환위기의 기폭제가 됐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철탑농성의 당위성을 2005년에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낸 최병승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에 이은 올 2월 대법원이 내린 최종판결에서 찾고 있다. 대법원은 사내하청도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므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현대자동차가 노동시간·작업방식 등 업무 전반에서 하청 노동자들을 지휘·감독했다면 ‘도급’이 아니라 ‘파견’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만큼 8000명에 이르는 불법파견 비정규직 전원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한편 최병승은 자신에게 내려진 ‘부당해고’ 판정을 근거로 해고된 2004년부터 ‘현대차와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되는, 고용의제’를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받아낸다. 이를 근거로 올 6월까지 8년간 임금소급분 13억4000만원을 청구했다.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차의 논리는 다르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은 최병승 1인에 대한 ‘근로자 지위확인’이 이뤄진 것이며, 해고 정당성 효력은 법리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적 효력의 대상이 미확정된 상태에서 최병승과 근무형태가 외형적으로 유사하다는 이유로 모든 하청근로자를 근로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파견근로 여부를 판단하려면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구체적 공정 유형, 작업 형태 등 종합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불법 파견근로 여부와는 별도로 노사갈등을 방지하고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 6800여명 중 절반 수준인 3000여명에 대해 정규직 채용을 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노조가 농성에 돌입해 사태가 꼬였다는 것이다. 노조가 ‘논리상의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 통상 노조의 원군은 국민여론이다. 노조 조합원의 지지는 기본이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비정규직 노조의 철탑농성이 길어지면서 ‘투쟁 피로감’을 호소하는 조합원이 늘고 있다. 전원 정규직화가 당연하지만 계속해서 투쟁하기보다 여론이 형성됐을 때 ‘정규직 전환’이라는 성과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그리고 현대차 비정규직이 받는 웬만한 정규직 이상의 보수를 감안할 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민의 온정적 지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사회가 같이 풀어가야 할 중요한 현안이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언적 명제다. 하지만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임금총액’도 유한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또한 업종과 근무형태에 따라 비정규직의 양상은 판이하다. 기본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법원의 판결이 울타리 역할을 하면 된다. 대선 후보의 농성현장 방문은 사려 깊은 행동이 아니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조 집행부를 강성으로 몰고 가게 돼 있다. ‘현대차 포위의 날’이란 작명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철탑 농성장 주변에 ‘혁명적 노동자정당 건설’ 등 급진 좌파 노동세력들의 플래카드가 난무한다고 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 / 바른사회 공동대표) 출처 - 한국경제 2012. 11. 19 다산칼럼 <원문>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111884381<ype=1&nid=103&sid=0117&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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