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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불안 더 키울 美 재정절벽 - 정진영
2012-11-16
세계경제 불안 더 키울 美 재정절벽 ‘재정절벽(fiscal cliff)’이라는 용어는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올해 초에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처한 재정 상황이 올해 말에 이르면 마치 절벽 위에 놓인 것같이 위험해질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미 대선이 끝나고 재정절벽의 시한이 다가오면서 그 타개책 마련이 미국 정치권의 발등의 불이 됐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그가 속한 상원의 다수당인 민주당, 그리고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사이에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벼랑 끝에서 벌어지고 있다. 재정절벽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세수(稅收) 증대다. 올해 말에 종료되는 조세감면법안이 개정되지 않으면 소득세·법인세·자본이득세 등 각종 세금이 크게 오르게 돼 있다. 다른 하나는 재정지출의 삭감이다. 2011년 예산통제법에 따라 정부의 지출은 내년부터 10년 간 1100억 달러 삭감되도록 돼 있다. 세수 증대와 예산 삭감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크게 줄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경제상황이 안 좋은 때에 세금이 올라가고 재정지출이 삭감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미국경제가 다시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위험이 크다. 미 의회 예산국의 분석에 따르면, 재정절벽이 현실화하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9% 줄어들고 34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경제가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미국의 정치권은 재정절벽에서 떨어지는 위험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 합의할 것인가. 절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이유가 여기서도 발견된다. 재정절벽의 타개책을 둘러싼 민주-공화 양 진영 간의 싸움은 마치 천 길 낭떠러지 위에서 서로 상대방을 밀어 떨어뜨리려고 하는 싸움과 같다. 경제를 볼모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대선에서는 부자 증세(增稅)를 내세운 오바마가 승리했지만, 의회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상원을,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세금과 예산 문제에 관한 한 하원의 동의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공화당도 전투에 필요한 중요한 진지를 구축한 셈이다. 더욱이 내년 3월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되는 미국의 공공부채 한도를 증액시켜야 하는 문제도 공화당에 유리한 입지를 제공한다. 재정의 40%를 부채에 의존하는 미국의 재정구조상 부채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오바마 행정부의 손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재정적자의 해소 방안으로 오바마와 민주당은 부자 증세를 통해 세수를 증대시키자고 하고, 공화당은 의료보험 등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이자고 한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며 쉽게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협상 내용을 세분화해서 접점을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부자들에 대한 소득세율이 현재 35%에서 39.6%로 올라가게 돼 있는데, 소득기준점이나 세율에서 타협이 가능하다. 정부 지출의 삭감 규모도 적정선에서 타협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절벽에 떨어지기 전에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공화당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연말이라는 시한에 연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그만큼 미국경제가 타격을 입고 세계경제의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 미국의 재정절벽 이야기는 결코 남의 얘기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은 경쟁이라도 하듯 돈 많이 드는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부채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재정지출을 늘리려면 재정수입을 늘릴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국가의 재정이 건전해야 발전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지후보를 고르고 투표해야 하는 이유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대 교수·국제학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11. 16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11601033937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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