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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국내·복지'에 얽매인 한국 - 윤창현
2012-11-07
'과거·국내·복지'에 얽매인 한국 경쟁국 미래대비 논쟁 치열한데 대선정국에 성장 목소리 사라져 지난주 개최된 베이징포럼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많은 전문가들이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현실’이라는 대주제를 갖고 여러 분야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특히 경제분야는 ‘자본주의의 재조명’이라는 소주제 아래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주지하다시피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여러 가지 회의적 시각들이 제시됐지만 대부분 단점을 지적하는 수준에 그친 면이 많았다. 자본주의가 가진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체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더 좋은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회주의의 ‘이념’을 갖고 자본주의의 ‘현실’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이는 문제가 많다. 두 이념의 ‘현실’끼리를 비교해야 제대로 분석이 이뤄진다는 것은 상식의 수준에 속한다. 이 논의와 관련해 발표된 내용 중에 흥미로운 것은 자본주의 체제를 ‘시장주도’와 ‘국가주도’ 체제로 나누고 전자를 미국모형으로, 후자를 중국모형으로 비교 분석한 것이었다. 우선 두 체제 모두 상당한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니계수를 포함해 다양한 분석을 토대로 볼 때 중국의 불평등도가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두 체제는 ‘시장’과 ‘국가’를 중심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해 냈지만 소득분배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이런 분석을 보면서 양극화라는 과제가 얼마나 어려운 난제인지, 그리고 ‘국가주도’로 가기만 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나서는 것이 얼마나 한계가 있는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가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를 정리해보면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는 침체된 국가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생산비를 줄이고 노동생산성을 제고시키면서 신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는 ‘재구축’의 명제다. 둘째는 대규모의 경상수지적자가 누적된 부분이 위기의 원인이 됐으므로 국가 간에 적절한 수준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재균형’의 명제다. 셋째는 위기 이후 제조업이 가진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고 각국은 제조업을 다시 한 번 부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재산업화’의 명제다. 그런가 하면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의 연설도 주목을 끌었다. 그는 금융위기 이전이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였다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제 G2에 속하는 미국과 중국을 모두 포괄하는 ‘팍스 퍼시피카’의 시대, 즉 태평양 중심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을 해 많은 공감을 샀다. 위기가 아직 완전히 극복되지는 못했지만 이제 위기의 바닥이 서서히 보이는 상황에서 미래를 바라보며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메시지들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이 떠올랐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대선 국면에서 아직 대진표조차 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경기시작 시점이 코앞인데 선수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은 아무리 보아도 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또한 다른 나라들은 미래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뛸 준비를 끝내고 있는데 우리는 눈을 넓은 곳으로 돌리지 못한 채 ‘과거’와 ‘국내’와 ‘복지’에 집중하면서 아젠다들이 이 수준에 머무르는 것도 영 찜찜하다. 예를 들어 선대(先代)의 일을 차분히 돌아보는 작업을 넘어서서 후대에 와서 사과하고 책임지라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어색하고 과거회귀적이다.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기는 하나 잘 구축된 탄탄한 제조업 기반이 갖춰진 대한민국은 이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시아의 시대, 태평양의 시대가 도래했고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에 커다란 역할을 할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차기 지도자에게는 ‘과거’와 함께 ‘미래’를, ‘국내’와 함께 ‘세계’를, ‘복지’와 함께 ‘성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외치고 준비하면서 글로벌 위기 이후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베이징 포럼은 이런 이슈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한국경제 2012. 11. 7 다산칼럼 <원문>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110672051&sid=0117&nid=103<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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