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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밋빛 무상의료는 지속 불가능하다 - 김용하
	2012-10-24
장밋빛 무상의료는 지속 불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력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10개 정책 이슈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가 최근 보도됐다. 그 중 무상(無償)의료와 관련해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반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찬성,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입원시 무상의료 찬성 의견을 내놓아 가장 극명한 대립을 보였다. 무상의료는 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 때 이미 당론으로 채택한 무상급식·무상보육과 함께 무상 시리즈의 대표 브랜드다. 입원비에서 본인 부담금을 소득 수준에 따라 연간 100만~200만 원 이하로 제한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7년까지 단계적(입원 90%, 외래 60~70%)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의 ‘무상’을 주장하는 건 아니고, 입원에 한정하는 안 후보의 무상의료 의견과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정치권에서는 ‘무상’이란 용어 자체를 두고 원거리 포격전을 벌이고 있지만, 민주당의 무상의료 공약의 실제 내용은 무상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가족행복 5대 약속에서 제시했던 4대 중증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을 대상으로 2016년까지 진료비를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는 것이 보장영역은 제한적이지만 오히려 무상의료에 가깝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무상의료정책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서도 60%대에 불과한 의료 보장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의료 현실을 눈에 띄게 개선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보장성 측면에서 앞서 나가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높은 본인부담금과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 때문에 중대 질환에 한번 걸리면 가정이 파탄나는 현실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고령사회 초입단계에서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7%에 이르는 국민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노인인구 비율이 12%에 불과한 지금도 5.8%까지 상승한 건강보험료가 노인인구 비율이 40%에 육박하는 2050년에는 어느 정도까지 높아질지 상상조차도 하기 힘들다. 더욱이 의료는 PC 등 정보·기술(IT) 영역과는 다르게 기술 발전이 의료비를 더 증가시키고 있어 현재의 보장성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재원 조달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이 1조9436억 원의 흑자를 보이자 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없는 듯한 주장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상반기 경기침체로 인한 의료 이용 감소가 가장 큰 요인으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를 두고 보장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는 공약은 현실성이 부족하다. 더욱이 영국이나 스웨덴과 같은 국가 의료 시스템으로 전환하더라도 치료받기 위해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문제라든지 의료 기술 발전이 지연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무상의료 여부 등과 같은 이념적 논쟁보다는 제한된 재원을 전제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중심으로 국민의 보건의료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건강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의료 서비스 공급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선 후보들은 과잉진료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별 수가제 같은 진료비 지불체계를 비롯해 복잡한 의약품 유통구조,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의 역할 조정 등 반드시 해결돼야 함에도 이해관계가 복잡해 논란이 되고 있는 과제에 대해 분명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논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은 허무한 구호성 장밋빛 공약보다는 우리의 미래에 예상되는 보건의료 관련 위기요소를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비전과 대책을 희망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 바른사회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12. 10. 24 포럼 <원문>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02401033937191004